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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돌격대’로 불리는 의원도 “탄핵 찬성”

중앙일보 2016.11.25 02:03 종합 3면 지면보기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과 더불어 여권 내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 세력 이탈이 표면화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22~23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를 지낸 의원 중 상당수가 탄핵 찬반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한 청와대 출신 의원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내가 찬성표를 던질 순 없지만 국민 정서와 국가 혼란을 생각하면 무작정 반대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고민 중”이라고 밝힌 또 다른 청와대 출신 의원은 “하루가 다르게 국민들 정서를 자극할 뉴스가 나온다”며 “더 큰 뭔가가 나온다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탄핵 반대’를 택한 박근혜 정부 관료 출신 의원은 “지금은 반대지만 마음이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힌 한 친박계 비례대표 의원은 사석에선 “탄핵으로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청와대·각료 출신 의원들 이탈 조짐
이학재 "조사 거부는 국민 뜻 거부"

조사에선 친박으로 분류된 의원 중 4명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중엔 당직을 맡고 있고, 당내에서 ‘친박 돌격대’로 불리는 의원도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 측에서 검찰 수사 결과가 편파적이라고 검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특검의 수사도 편파적이라 생각되면 그땐 어떻게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2011~2012년 비서실장을 지냈다.

임동욱(한국교통대 교수) 한국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은 “장관·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측근들이 이 정도 규모로 이탈하는 일은 역대 정권을 봐도 매우 이례적”이라며 “정권이 내부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정황으로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국사학자인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현대사에서 역사적인 변혁은 측근이나 참모가 권력자에게 등을 돌리거나 직언을 통해 이뤄진 경우가 적잖았다”고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는 측근의 직언이 가져온 결과다. 1960년 4월 19일 대규모 유혈 충돌, 25일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자 26일 오전 허정 수석국무위원과 김정렬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을 찾아가 “물러나셔야 한다”고 진언했다(김정렬 회고록 『항공의 경종』)고 한다. 그때까지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하던 이 대통령은 “내가 그만두면 더 이상 다치는 사람이 없단 말이지”라며 사퇴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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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6·29 선언을 결심한 것도 최측근인 김윤환 당시 정무1수석과 김용갑 민정수석이 “시국이 엄중하다”며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라고 직언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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