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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심판과 개혁

중앙일보 2016.11.25 01:00 종합 32면 지면보기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우리나라 대통령의 말로는 왜 그리도 불행한가? 자살을 하거나, 타살되거나, 망명을 하거나, 본인 혹은 측근이 감옥에 간다. 이번 정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법정 스님께서 말씀하신, 잡았던 것들을 내려놓고 현재를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마무리’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참혹한 현실의 모습이다. 매번 사람이 문제였다. 대통령 개인이 사심이 있었거나 측근이 부패했다. 그럴 때 우리 국민은 위법을 저질렀다면 대통령이든 그의 가족이든 예외 없이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만들었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불행한 말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든 대통령의 끝은 하나같이 비극으로 보였다. 물론 부패의 주동자나 스케일은 대통령마다 다 달랐다. 하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닮은꼴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물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도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혹시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여전한데, 우리는 이번에 뽑은 대통령만은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다 한국인』의 저자 허태균 교수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책임 소재가 있는 “나쁜 놈을 찾아라!”라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 때를 보면 선장을 먼저 징벌하고, 해경을 해체하고, 청해진해운의 유병언과 그 가족의 죄를 묻는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즉 문제의 원인을 사람으로 귀결시키지,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노력은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면 안타깝게도 비슷한 사건이나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스템은 그대로이고 사람만 바꾼다면 문제는 해결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우리는 불의에 대한 심판은 잘하는 데 비해 구조에 대한 개혁은 끈질기게 이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어느 정도 심판하고 나면 개혁의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다고 들었다. 기업 안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엄청난 돈을 들여 문제 발생 원인과 구조적인 개혁 방안을 외부 컨설팅 회사로부터 들어도 그 조언을 실무자들이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은 힘을 가진 몇몇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정교하게 만들어진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잘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허태균 교수는 이런 현상을 한국인들이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눈으로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것은 꽤 큰 죄라고 생각하지만 불법으로 음원이나 영화를 내려받는 것은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만질 수 있는 물건을 훔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고 여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이러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해도 지금과 같은 큰 위기의 순간에는 부정부패에 대한 심판과 함께 시스템을 정비하려는 개혁도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엄청난 권한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구조 속에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과 수많은 측근이 부정부패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검찰을 포함한 무수한 인사권을 대통령이 전부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제왕적인 구조를 유지한 채 왜 제왕처럼 행동하느냐고 따져 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군림할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통령 집권 동안에도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로, 덜 위험한 구조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검찰총장의 직선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생사여탈을 대통령이 갖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면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것이다.

더불어 부패의 주범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구조적으로 끊을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관치경제를 끊는 방법 중 하나로 전경련의 해체를 이야기했다. 과거 일해재단 비리와 이른바 차떼기 사건 등 불법 대선 자금 모금, 그리고 지금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문제 중심에 있는 구시대의 유물인 전경련을 우선 해체하자는 주장이다. 이처럼 여러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겼을 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국가적 불행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두가 고통받고 있는 지금이 분명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 믿고 기도한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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