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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깔깔이’ 입은 여자와 루이비통 가방 든 군인

중앙일보 2016.11.25 00:07 Week& 2면 지면보기

지금 생각하면 참 이해 불가한 일입니다. 스무 살 여자가 사귄 지 채 1년이 안 돼 군대 간 남자를 기다려준 것 말입니다. 하지만 여자는 ‘기다렸다’기 보다 ‘제대할 때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라고 말합니다.

남자는 군대에서 여자에게 손 편지를 많이 써 보냈지만 여자는 10통을 받으면 1통 정도 답장을 썼습니다. 여자는 휴가를 나온 남자가 군복을 입고 있으면 손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학수고대하던 밸런타인데이에 동료에게 온 초콜릿 박스를 보며 상대적으로 소박한 초콜릿을 보낸 여자에게 약간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없었던 말이지만 ‘밀당’은 아니고 그냥 ‘무심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그때 그 여자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았고 현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그때 그 남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와 아내 이야기입니다. 다행히 해피엔딩이네요.

깔깔이를 입은 여자와 루이비통 가방을 든 군인이 손을 꼭 잡고 서 있습니다. 이곳은 연평도입니다. 인천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하면 여자는 다시 육지로 나갈 것입니다. 군인이 있는 섬은 언제든 차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이들의 이별이 더 애틋해 보입니다. 7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사진 속 두 남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디 저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길 빌어 봅니다.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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