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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졌군요, 캐시미어 가격

중앙일보 2016.11.25 00:03 Week& 6면 지면보기
| 가볍고 따뜻한 ‘섬유의 보석’

가볍고 따뜻한데 부드럽고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캐시미어 얘기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캐시미어를 두고 “한번 입으면 헤어나올 수 없다”거나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가볍고 따뜻한 원단”이라 칭송한다. 최고급 원단이다보니 유명 브랜드의 캐시미어 옷은 스웨터 한 벌에 수백만원을 쉽게 넘길만큼 비쌌다. 하지만 올겨울 이 공식이 깨졌다. TV홈쇼핑부터 온라인 쇼핑몰, 심지어 백화점까지 가세해 저렴한 캐시미어 상품을 속속 내놓은 것이다. 캐시미어가 대중 속으로 들어왔다.

 
올 겨울 캐시미어가 저렴하고 다양해졌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 자체 브랜드 ‘레어하이’의 100%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7만 9000원)와 니트 전문 브랜드 ‘리플레인’의 캐시미어 혼방 와이드 팬츠(19만5000원).

올 겨울 캐시미어가 저렴하고 다양해졌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 자체 브랜드 ‘레어하이’의 100%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7만 9000원)와 니트 전문 브랜드 ‘리플레인’의 캐시미어 혼방 와이드 팬츠(19만5000원).


지난달 18일 온라인쇼핑몰 11번가는 자체 여성복 브랜드 ‘레어하이’를 론칭하면서 첫 상품으로 100%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를 7만 9000원에 내놨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내놓은 것(8만90000원)보다 1만원이 더 싼 가격이다. 준비한 600장의 스웨터는 론칭 당일 모두 팔렸다. 롯데닷컴은 최근 한달간(10월 14일~11월 13일) 캐시미어 판매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20% 늘었다.

TV홈쇼핑은 더 적극적이다. CJ오쇼핑은 10월 한달 동안 12개 브랜드의 캐시미어 상품을 선보였고 캐시미어만으로 130억원어치를 팔았다. GS샵은 자체 브랜드 ‘쏘 울’의 올해 캐시미어 판매 목표를 지난해의 두 배인 100억원으로 잡았는데 조만간 목표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이에 질세라 지난 9월 40만~60만원대의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델라 라나’를 론칭했다. 2년 뒤엔 100억원대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사실 캐시미어의 대중화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4년 문을 연 ‘더 캐시미어’(한섬) ‘르 캐시미어’(KOA) 같은 국내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20만~40만원대 캐시미어 스웨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편에선 유니클로가 10만원대 미만의 100% 캐시미어 제품과 3만~4만원대의 캐시미어 혼방 제품을 내놔 캐시미어 바람을 부채질했다. 이진아 더 캐시미어 상품기획 수석팀장은 “지난해 시작한 캐시미어 트렌드가 올해 본격적으로 불 붙었다”며 “일부 사람만 소비하던 캐시미어가 일반 소비자에까지 번졌다”고 말했다. 권도형 롯데닷컴 백화점의류팀 MD는 “최근 SPA 브랜드와 홈쇼핑에서 저렴한 캐시미어 의류를 보급하면서 캐시미어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인기 요인은 당연히 저렴해진 가격이다. 홈쇼핑·온라인 쇼핑몰·SPA 브랜드는 대량 주문을 통한 단가 낮추기로,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는 저마진 전략으로 가격을 낮췄다. GS샵의 캐시미어 상품 기획을 함께 한 니트 전문 회사 리플레인의 김정은 실장은 “소량 생산을 하는 브랜드라면 1kg당 20만~30만원하는 캐시미어 원사 값이 너무 비싸 가격을 낮출 수 없다”며 “하지만 GS샵은 한 시즌 물량으로 무려 원사 20톤을 발주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00% 캐시미어 라인을 내놓은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원단 구매 시기를 3개월 정도 앞당겼다.

‘르 캐시미어’ 유동주 대표는 국제기구 재직 시절 몽골에서 쌓은 유목민과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캐시미어 가격을 낮췄다. 몽골 원료를 저렴하게 공급받고 실을 짜는 원사 작업과 봉제 단계도 몽골에서 한번에 해결해 원재료비를 줄여 100% 캐시미어 니트를 20만원대 후반에 내놨다.
 
마치 한벌처럼 상·하의 색을 맞춰 입거나, 캐시미어 소재의 다양한 의상을 겹쳐 입는 것이 스타일링의 기본이다. [사진 리플레인, 더 캐시미어]

마치 한벌처럼 상·하의 색을 맞춰 입거나, 캐시미어 소재의 다양한 의상을 겹쳐 입는 것이 스타일링의 기본이다. [사진 리플레인, 더 캐시미어]


몽골 솜털에 이탈리아 원사가 최상품
캐시미어는 산양이나 염소 솜털을 모아 실로 짜 만든 천연 섬유다. 원래 인도·중국· 파키스탄 경계에 있는 카슈미르 지역 염소 솜털로 만든 것만 캐시미어라 칭했는데, 지금은 몽골·중국(내몽고)·아프카니스탄·네팔·스코틀랜드 염소 솜털을 채취해 만든다. 캐시미어 등급은 원료인 솜털의 원산지와 이를 실로 짜는 원사 제조업체에 따라 매겨진다. 원료는 몽골, 원사는 이탈리아를 최고로 친다.

캐시미어를 선택할 때 원료와 원사 생산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원료가 몽골이면 라벨에 ‘메이드 인 몽골리아’(made in Mongolia) , 원사가 이탈리아 산이면 ‘얀 바이 이탈리아’(yarn by Italy)라고 써있다. 유동주 대표는 “원료와 원사에 대한 정보 없이 제조국을 중국이라고만 표기했다면 솜털은 내몽고산을 쓰고 실 작업도 중국내에서 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상등품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알려줬다.

값이 저렴해지는 한편 품질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같은 100% 캐시미어 제품이라해도 고가의 제품보다 보온성이 떨어지거나 보풀이 많이 날 것에 대한 걱정이다. 캐시미어 원사 수입업체 아이텍스 김진익 대표는 “100% 캐시미어라면 가격과 상관없이 보온성은 같다”고 설명한다. 다만 캐시미어 100%가 맞는데도 보온성이 떨어진다면 섬유를 치밀하지 않게 짰을 확률이 높다.

보풀은 캐시미어 품질과는 상관 없다. 짧은 동물 솜털로 만들다보니 마찰이 있으면 보풀이 생기는 게 자연스럽다. 김정은 리플레인 실장은 “상등품인 100% 캐시미어도 보풀이 많이 일어난다”며 “색에 따라 좀더 많아 보이거나 적어 보이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벌 느낌나는 캐시미어 레이어링
올 겨울에는 스웨터와 코트·머플러 외에도 바지·롱스커트·원피스 등 다양한 디자인의 캐시미어 제품이 등장했다.그 중에서도 ‘홀가먼트’라 불리는 봉제선 없이 짠 와이드 팬츠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스커트가 인기다.

이에 따라 입는 방법도 달라졌다. 과거 니트나 코트 한 가지만 캐시미어로 입었다면, 올해는 몇 가지 캐시미어 옷을 동시에 입는 캐시미어 레이어링이 인기다. 캐시미어 스웨터에 캐시미어 바지나 롱 스커트를 받쳐 입고, 얇은 니트 위에 캐시미어로 짠 니트 조끼나 케이프를 겹쳐 입는 식이다.

이때 컬러는 같은 계열로 맞추는 ‘톤온톤’으로 입는 게 올 겨울 트렌드다. 이진아 더 캐시미어 팀장은 “한벌처럼 보이도록 같은 계열 컬러로 상·하의를 맞춰 입을 것”을 추천했다. 크림색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는다면 하의도 같은 크림색이나 그보다 약간 어두운 베이지색을 입는 식이다. 반대로 짙은 색 상의를 입을 땐 그보다 약간 밝은 색 하의와 비슷한 색감의 긴 코트를 입는다. 니트를 선택할 때는 딱 맞는 것보다는 품이 약간 넉넉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캐시미어가 가진 소재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gn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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