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추미애 대표의 언행

중앙일보 2016.11.24 21:04 종합 34면 지면보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행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관이다. 정권 교체를 목전에 뒀다는 수권정당, 제1야당의 대표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23일 광주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용을 위해 국민 혈세 2000억원 이상을 썼다는 새로운 사실이 오늘 드러났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는데 당일 저녁 민주당은 “청와대가 지난 2년간 2026만원어치 주사제를 구입한 걸 착각해 발언한 것 같다”고 정정했다. 치매 환자나 의식 미약 상태의 노인도 아니고 판사 출신에 5선 의원인 그가 2000만원과 2000억원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당 대표자의 문제적 행동을 여러 번 접하면서 추 대표가 국민을 무시하고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 대표의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여름 취임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당내·외 비난이 잇따르자 하루도 안 돼 이를 철회하는가 하면 최근 국정 농단 사건에선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한다고 선언한 지 11시간 만에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경솔함과 무책임, 말 뒤집기가 이렇게 지나쳐서야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추 대표는 지난주 광화문 시민집회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살수가 아니라 식수를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얘기는 폭력적이고 유치하다. 탄핵에 앞장서겠다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에 대해선 “부역자 집단의 당 대표를 지낸 분” “우리는 탄핵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제3자가 듣기에도 모욕적이다. 추 대표의 언행은 정치를 혐오스럽게 만들 뿐 아니라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제1야당의 신뢰와 책임성을 스스로 깎아먹는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추 대표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자격론 시비에 휩싸일 것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