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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인세 인상, 지금은 논의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2016.11.24 21:03 종합 34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부·여당의 리더십이 진공 상태에 빠진 와중에 야당이 다음달 2일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법인세 인상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당론을 굳혔다.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부수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현재 의석 구조로는 야당이 강행할 수 있다. 그러면 법인세율은 현행 최고 22%에서 25%로 인상된다.

 야당은 400조원으로 늘어난 내년 예산 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충당하려면 법인세를 비롯한 조세부담률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태처럼 대기업이 정권사업에 돈을 대는 정경유착식 행태를 두고 차라리 세금을 더 내 사회에 기여하라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국내 기업은 장기 불황과 경쟁력 상실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1만2000여 개사의 지난해 매출은 2159조원으로 2년 연속 줄어들어 2011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여파로 2%대 성장률은 내년까지 3년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판에 국제 경쟁 조세인 법인세를 올리면 국가경쟁력까지 타격을 입게 된다.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 대부분이 2008년 이후 법인세율을 낮춘 데 이어 추가 인하를 계획하고,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출 준비를 하고 있다. 법인세를 올리면 글로벌 기업이 미국 등으로 떠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도 해외 공장을 늘릴 수밖에 없다.

 혹여 재벌기업이 금고에 쌓아뒀다는 사내 유보금을 겨냥한 것이라면 잘못 짚었다. 유보금은 회계상 개념일 뿐이어서 현금은 많지 않고 80% 이상이 기계 설비와 공장 건설 같은 투자활동에 쓰이는 기업의 성장동력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 재원 감소로 오히려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소비자가격 전가도 피할 수 없다. 각종 비과세·감면을 없애 실효세율을 높이고 정경유착을 끊는 것이 정공법이다. 명목세율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를 살린 뒤 올리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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