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체 과다노출 처벌 규정한 경범죄처벌조항 '위헌'

중앙일보 2016.11.24 14:34
몸 부위를 과다 노출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경범죄처벌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2(합헌) 대 7(위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여러 사람의 눈에 띄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남성인 A씨는 지난해 8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일광욕을 하기 위해 상의를 벗었다가 과다노출이란 이유로 범칙금을 부과받았고,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을 담당한 울산지법은 “경범죄처벌 제3조 제1항 제33호 내용이 ‘지나치게’ ‘가려야 할 곳’‘부끄러운 느낌’‘불쾌감’이라는 추상적 표현을 사용해 형벌법규 내용을 모호하게 하거나 불명확하게 규정했다”며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 국민이 알기 어렵게 해 명확성 원칙을 위배했다”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는’ 것이 무엇인지 이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가려야 할 곳’의 의미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 중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은 사람마다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고, 노출되었을 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신체부위 역시 사람마다 달라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통하여 ‘지나치게’와 ‘가려야 할 곳’ 의미를 확정하기도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판대상 조항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해 노출이 허용되지 않는 신체부위를 예시적으로 열거하거나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지도 않다”며 “예컨대 이른바 ‘바바리맨’의 성기노출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 노출이 금지되는 신체부위를 ‘성기’로 명확히 특정하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