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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화, 최순실에게 김승연 석방 민원”

중앙일보 2016.11.24 02:30 종합 1면 지면보기
한화그룹이 2014년 2월 선고된 김승연(64) 회장의 횡령·배임사건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최순실(60·구속)씨에게 석방 민원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한화그룹 핵심관계자 A씨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 부인 서영민(55)씨와 그룹 경영진이 2013년 말부터 최씨에게 ‘김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선고 하루 전(2014년 2월 10일)에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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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서영민씨도 나서 요청
3남 동선씨가 만나자 하자
최씨 “어디 어린 X이 나를…”

한화그룹은 그동안 최씨와의 친분 관계를 부인해 왔다. 김 회장 3남 동선(27)씨가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와 안면이 있기는 하지만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최근에야 알게 됐다는 입장이었다.

A씨에 따르면 최씨를 통해 김 회장 석방 민원을 진행한 이는 김충범(60) 전 비서실장(당시 부사장)이다. 최씨는 처음엔 한화 측의 접촉을 꺼렸다. 김 회장 부인 서영민씨가 최씨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최씨와 친분이 있는 한화그룹 임원 B씨가 거간 역할에 나섰고 최씨는 B씨를 통해서만 한화 측과 접촉했다고 한다.

A씨는 “최씨 딸 유라씨와 안면이 있던 동선씨가 최씨를 직접 만나겠다고 하자 ‘어디 어린 X이 나를 만나려 하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또 “한화그룹의 거듭된 요청에 최씨가 ‘알아보겠다’고 답했고 한화 측은 파기환송심 하루 전날 ‘김 회장이 집행유예로 구속 피고인 신분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전갈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김 회장은 건강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었다.

최씨가 실제 법원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2013년 9월 ‘김 회장의 배임 혐의가 중복 적용됐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선고 한 달 전 검찰은 배임액 34억원을 줄이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어 김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자 그룹 내부에선 “최씨가 정권 실세인 게 사실이었다”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A씨는 “최씨는 판결이 나온 뒤 ‘당장 보답할 필요는 없고 나중에 정부 차원에서 좋은 일을 하게 되면 도와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두 재단에 25억원을 출연했다.

한화그룹은 2014년 4월 맡고 있던 대한승마협회 회장사(社)직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고 11월 ‘빅딜’을 통해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4개 방위산업·화학 계열사를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했다. 지난해 2월 삼성그룹은 한화그룹에 이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한화그룹 홍보실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씨를 통해 석방 민원을 했다는 주장은 절대 사실이 아니며 집행유예 판결을 미리 알지도 못했다”며 “비서실을 통해 혹시 그런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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