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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 청탁’ 있었나…박 대통령 제3자 뇌물죄 정조준

중앙일보 2016.11.24 01:45 종합 6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 농단 국민연금·삼성 압수수색

검찰이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공단과 삼성 미래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결정적 역할
검찰, 미르 출연과 연관됐는지 조사


검찰은 이날 삼성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다음달 특별검사 출범 전까지 ‘대기업-최순실-청와대’로 연결되는 제3자 뇌물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순실(60·구속 기소)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3일 오전 국민연금 본사(전북 전주)와 기금운용본부(강남 논현동), 삼성 미래전략실(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전 기금운용본부장인 홍완선 한양대 특훈교수 사무실 등 4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을 포함해 지난 3주 동안 매주(11월 8일, 15일, 23일)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그룹 내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집무실이 포함되자 그룹 주변에선 “수사 강도가 예상보다 세지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압수수색은 지난해 5월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삼성 측 손을 들어준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작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었고, 삼성물산 최대 주주이던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경유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합병 찬성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따라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잡힌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측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계속 살펴보고 있다. 삼성도 그래서 오늘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최순실·안종범’의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 패턴처럼 최씨가 직접 또는 정호성(47·구속 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합병 찬성을 부탁하고, 박 대통령이 이를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에게 지시해 국민연금공단에 힘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합병 이후인 지난해 10~12월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다. 또 최씨와 딸 정유라(20)씨가 설립한 ‘코어스포츠’를 통해 35억원, 최씨 조카 장시호(37)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도 지원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지원액이다. 이와 함께 합병 찬성 결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정황도 불거졌다.

최광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당시 합병 찬성 의견을 주도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경질하려 했으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압력이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 22일 검찰 조사에서도 재차 이런 진술을 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의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비롯해 향후 수사는 최씨가 주도하고 박 대통령이 측면 지원한 것으로 밝혀진 대기업 사건에 대한 뇌물 혐의 입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하남 체육시설 건립을 위해 75억원을 추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던 사건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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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 대통령이 2014년 11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최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흡착제 제조·판매 업체) 납품 계약 추진을 언급하고 이후 최씨가 5000만원의 뒷돈을 챙긴 사건, 또 최씨·안 전 수석 등이 현대차그룹에 최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70억원 규모의 광고를 주게 한 사건, KT가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최씨 측에 몰아주는 데 박 대통령이 관여한 사건도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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