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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일본판 알파고 이겼다

중앙일보 2016.11.24 01:09 종합 23면 지면보기
23일 도쿄의 일본기원에서 바둑 인공지능(AI) ‘딥젠고’와 대국하는 조치훈 9단(오른쪽). [지지통신]

23일 도쿄의 일본기원에서 바둑 인공지능(AI) ‘딥젠고’와 대국하는 조치훈 9단(오른쪽). [지지통신]

일본 최강의 바둑 인공지능(AI)이 조치훈 9단(60)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일본 바둑계에서 활약 중인 조 9단은 23일 도쿄의 일본기원에서 열린 바둑 소프트웨어 ‘딥젠고(Deep Zen Go)’와의 3번 승부 마지막 대국에서 167수 만에 불계승을 거둬 2승1패로 승리했다. 1국은 223수 만에 조 9단이, 2국은 179수 만에 딥젠고가 불계승한 바 있다. 일본에서 호선으로 AI와 프로 바둑기사가 대국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3국 불계승…2승 1패로 제압
조 9단 “초반엔 전혀 자신 없었다”
딥젠고, 알파고 이길 확률 3% 추산

딥젠고는 도쿄대 연구팀 등이 한국의 이세돌 9단을 꺾었던 구글의 알파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올 3월 시점에서 알파고에 이길 확률은 3~4%로 추산됐다. 딥젠고의 하드디스크 용량은 128GB로, 기업용 서버 500개 수준의 수퍼컴퓨터급인 알파고와는 차이가 있다. 고레이팅스(Go Ratings.org) 사이트의 비공식 세계 바둑기사 랭킹에 따르면 일본 바둑계 사상 가장 많은 74개 타이틀을 갖고 있는 조 9단은 164위다. 이세돌 9단은 8위다.
이날 대국은 흑번의 조 9단이 실리를 중시하는 평소의 기풍대로 중반까지 세 귀를 차지하고 딥젠고가 중앙에 세력을 쌓았다. 이후 딥젠고가 좌상의 흑 대마 공격에 나섰다가 실패해 중앙 세력이 깨지면서 형세가 흑으로 기울었다. 딥젠고는 집이 적은 상태에서 중앙의 수 싸움에서 밀리자 돌을 던졌다.

조 9단은 대국 후 기자들에게 “초반에 전혀 자신이 없어 생각을 바꾸어 두게 됐다”며 “딥젠고는 강하지만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국 모두 AI나 로봇·컴퓨터가 아닌 사람과 바둑을 두는 것 같았다” 고 소감을 밝혔다. 딥젠고 소프트웨어 개발팀 대표인 가토 히데키(加藤英樹)는 “(반상의) 중앙 부분에 과제가 있었다”며 “딥젠고는 초반은 좋은데 수 싸움이 약하다. 이번에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이외의 부분이 약하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 방송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일본 기전 6관왕 이야마 유타(井山裕太) 9단은 “딥젠고가 강해서 놀랐다. 1, 2국은 조 9단이 눌리는 측면도 있었지만 3국은 조 9단이 정말로 두고 싶은 대로 두어 확실히 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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