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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바둑+코딩’ 조혜연‘다면기앱’…디지털 창업 나선 젊은 프로기사들

중앙일보 2016.11.24 01:08 종합 23면 지면보기
현재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323명. 입단자는 매년 17명씩 배출된다. 이 가운데 승부의 세계에 전념해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기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승부 대신 다른 길을 찾아 나선 기사가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디지털 분야에서 활로를 찾는 젊은 프로기사가 늘고 있다.
바둑과 코딩을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이다혜 4단.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바둑과 코딩을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이다혜 4단.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다혜(31) 4단은 급속도로 뜨고 있는 코딩(Coding·컴퓨터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에 주목했다. 이 4단은 “바둑과 코딩은 전혀 다른 것 같지만 패턴을 인식하고 결과를 추론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본 원리가 같다. 특히 바둑과 코딩을 잘하기 위해선 종합적인 분석 능력과 독창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착안, 이다혜 4단은 11월 초 바둑과 코딩을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회사 코드스톤(Code Stone)을 차렸다. 이 4단은 “공통분모가 있는 바둑과 코딩을 같이 학습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프로기사와 코딩 전문가들이 함께 교육 콘텐트를 만들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연계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바둑 앱을 개발하는 조혜연 9단. [사진 사이버오로]

스마트폰 바둑 앱을 개발하는 조혜연 9단. [사진 사이버오로]

조혜연(31) 9단은 지난해부터 바둑 콘텐트를 생산·유통하는 회사 ‘더 바둑(The Baduk)’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바둑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있다. “그간 바둑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아쉬웠던 부분을 디지털 기술로 보완해 보고 싶었다”는 조혜연 9단은 지난 4월 ‘프로 다면기(多面棋)’ 앱을 출시했다. 조 9단은 삼성전자와 함께 지난 8월 출시된 바둑 전용 태블릿PC ‘알파탭’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손근기 5단

손근기 5단

손근기(29) 5단은 바둑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에 관심이 많다. 손 5단은 지난해 4월부터 IT 업체인 코어라인소프트로 출근하고 있다. 그가 속한 ‘수담(手談)’ 사업부는 바둑 관련 플랫폼과 제작 툴을 만드는데,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모한 시장친화형 디지털 콘텐트 연구개발(R&D) 과제에 선정돼 2년에 걸쳐 8억300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손 5단은 “출판 시장이 죽은 뒤로는 바둑 콘텐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없다. 앞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서 바둑 콘텐트를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창구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손근기 5단, 바둑플랫폼 개발 참여
“바둑계 옛 포맷 고수, 시대 뒤처져
디지털 활용해 시장 파이 늘려야”

이처럼 젊은 프로기사들이 디지털에 뛰어드는 이유는 현재 바둑계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손근기 5단은 “바둑 시장은 오래된 포맷을 고수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졌고, 그 결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다혜 4단 역시 “바둑계는 시장이 협소한데 오랜 세월 동안 변화를 거부하면서 성장 동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기존 바둑계는 지나치게 승부와 보급으로 이원화돼 있었다. 달라진 디지털 시대에 바둑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디지털을 활용해 바둑계가 외연을 확장하고 나아가 전체 파이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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