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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블리 이젠 지겹지 않나요” 거짓 삶 사는 중국 여성 변신

중앙일보 2016.11.24 01:02 종합 25면 지면보기
감성 스릴러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중국인 보모 한매 역으로 돌아온 공효진. 공씨는 “다른 톤의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에 영화에서는 보다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감성 스릴러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중국인 보모 한매 역으로 돌아온 공효진. 공씨는 “다른 톤의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갈증에 영화에서는 보다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이제는 ‘공블리’를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기상캐스터 표나리 역을 맡아 훈남 기자 이화신(조정석 분)과 재벌 2세 고정원(고경표 분)을 오가며 ‘로코 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던 배우 공효진(36)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독·30일 개봉)의 중국인 보모 한매가 되어 돌아왔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의 아이를 데리고 갑자기 사라지는 역할이다.

‘미씽’으로 3년 만에 스크린 복귀
아이 데리고 사라진 의문의 보모역
눈웃음 대신 섬뜩한 표정연기 도전

이름·나이·출신 등 모든 게 거짓이었던 미스터리한 인물인 만큼 우리가 아는 공효진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전매특허 눈웃음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서툰 한국말에 얼굴에 수십 개의 점까지 찍고 등장한다.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드러나는 표정은 때로 애잔하고, 때로 싸늘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령화 가족’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그녀를 23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났다.
30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사진 SBS]

30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사진 SBS]

공효진은 “‘마블리(마동석)’가 뜨면서 ‘추블리(추사랑)’ 이후 처음으로 경쟁의식을 느꼈다”면서도 “‘공블리’는 이제 조금 지겹지 않냐”고 반문했다. “드라마 팬들은 표나리 어디 갔냐며 이별을 고한 느낌일 것 같긴 해요. 저도 처음에 ‘양다리 로맨스’라는 얘길 듣고 드라마가 다 그렇죠 라고 했는데 아니, 대놓고 둘 다 사귈거야 하시길래 너무 좋다고 했거든요. 욕안먹을 자신 있다고 큰소리 쳤는데 지지층이 양쪽으로 갈리니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예 셋이 동거로 넘어가니까 어르신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녀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콩닥콩닥 뭉실뭉실해지고 긍정의 빛을 발산하는 여주인공이 나와서 힘든 일상을 즐겁게 보내는 이야기를 보고 싶단 생각”에 캐릭터를 선택하면서도 정작 드라마가 끝나면 보다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서게 된다고 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질투의 화신’. [사진 SBS]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질투의 화신’. [사진 SBS]

실제 행보도 그랬다. 2010년 드라마 ‘파스타’에서 “네, 쉡!”을 외치며 공블리로 등극한 이후 ‘최고의 사랑’(2011) ‘괜찮아 사랑이야’(2014) ‘프로듀사’(2015)에 이르기까지 매년 업그레이드된 사랑스러움을 발산해 왔다. 반면 영화에서는 안면홍조증으로 고통받는 ‘미쓰 홍당무’(2008)나 겨털까지 사랑해줄 남자를 찾아 헤매는 ‘러브 픽션’(2011) 등 보통 여배우들이 하기 힘든 과감한 선택이 이어졌다.

“저라고 왜 고민이 안되겠어요. ‘미쓰 홍당무’ 때도 이런 거 하면 안된다고 계속 마음을 다잡아봐도 그 캐릭터가 바짓가랑이 붙들고 늘어지는 것처럼 저한테서 안 떨어지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분량도 많지 않고, 중국어 연기도 해야 되고, 되게 고생스러울 것 같은데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는데 어쩌겠어요. 해야죠.”

실제 이들을 찾아나서는 역할을 맡은 엄지원이 50회차 촬영 중 전 회차에 참여한 것과 달리 공효진은 17회차만 진행했다. 하지만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탓에 존재감은 되려 더 강하다. “한매는 어떤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정해놓지 않고 씬 바이 씬으로 연기했어요. 모든 씬에서 다른 감정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보이기도 하고, 미친 것처럼 보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 “능숙한 중국어 연기도 어려웠는데 어눌한 한국어 연기가 더 힘들었어요. 저는 한국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인데 한국에 막 왔을 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등 수준이 다 달라야 했거든요. 중국어 선생님이 한국말이 완벽하지 않은 분이어서 그 분이 말하는 걸 보고 따라 하기도 하고 후시 녹음도 많이 했어요.”

사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조선족 혹은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 등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했다. 이언희 감독 역시 중국인 배우나 아예 신인 배우를 쓸까도 고민했지만 공효진이 하는 한매의 모습이 보고 싶어 선택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저는 열심히 해 보고 정 안되면 더빙하자고 까지 했었어요. 실제로 주변에 중국인 이모들이 많이 계신데 그 분들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잖아요. 얼마나 외롭겠어요. 그런 소외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려면 제대로 부딪혀 봐야겠다 싶었죠.”

중국어 연기도 제법 자연스러워 연일 시사회마다 호평이 쏟아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걱정이 많았다. “제가 스코어가 워낙 낮아서 기대를 잘 안하게 되요. 그동안 출연한 작품 다 합쳐도 1000만이 안 되니까요. 너무 비주류 영화를 하고 있나 걱정하니까 지원 언니가 ‘나는 망한 일이 없으니 나를 믿으라’고 해서 한번 믿어보려고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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