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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듯 있는 나라 북한, 갈수록 속살이 궁금하죠

중앙일보 2016.11.24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5차례 방북 재미교포 리사 상미 민
리사 상미 민은 한국에서 태어나 8세까지 살다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간 교포다. [사진 최정동 기자]

리사 상미 민은 한국에서 태어나 8세까지 살다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간 교포다. [사진 최정동 기자]

“2005년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여행하면서 고려인을 처음 만났어요. 제가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죠. 한국은 남한만이 아니라는 것, 해외 디아스포라, 독립군 활동, 소련 사회주의 혁명과의 관계, 그리고 북한이라는 공간. 고려인 분들은 북한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UC버클리대 인류학 박사과정 중
고려인까지 시야 넓혀 북한 연구
DMZ 인근 철원서 두 달 지내기도

미국 UC버클리대 인류학 박사과정에서 북한을 연구 중인 재미교포 리사 상미 민(35)은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이렇게 들려줬다. 그의 북한 연구는 중앙아시아를 비롯, 북한 안팎을 두루 현장으로 삼는다는 것부터 독특하다. “실험적인 인류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직접적인 시각으로 북한만 집중하기보다 ‘주변 시야’(peripheral seeing)라는 방법론을 활용하는 거죠.”

최근 9~10월 두 달은 휴전선 인근인 강원도 철원군 양지리에서 지냈다. 아트선재센터가 2012년부터 진행해온 ‘리얼 DMZ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곳에 예술창작·연구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아무래도 서울에선 느끼지 못하는 북한이 있죠. 대남방송이 마을에 들리는데 어떨 땐 사운드가 크고, 어떨 땐 안 들려요.”

북한의 이런 미묘한 존재감을 그는 “부재하는 현전(absent presence)”으로 표현한다. “철학자 메를로 퐁티의 글에 나오는 팬텀 림(phantom limb), 즉 전쟁터에서 팔을 잃은 병사가 팔이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과 제가 그동안 느낀 게 자연스럽게 연결됐어요. 지난해 친구와 여행하며 전방지역 마을에서 하룻밤 묵었는데 숙소 주인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처음 시집왔을 때는 밤에 혼자 걷기가 무서웠다고. 저기 산을 넘으면 잘 모르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래서 두렵지만 일상이 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익숙해지고, 그러다 어떤 순간 다시 떠오르고, 그런 느낌이죠.”

그는 석사과정에선 러시아 지역학, 특히 레닌·스탈린 시기를 공부했다. 2012년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북한에 초점을 맞췄다. 이듬해부터 관광·학술교류·영어강사 등으로 북한에 5차례 다녀왔다. “처음에는 관광객이었어요. 어떤 연구가 가능할지 직접 가보고 싶었어요. 아무한테나 접근하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 두려움도 있었죠. 미국 뉴스에는 북한이 아주 부정적으로 보이잖아요. 제가 어떤 순간에 무얼 어떻게 느끼는지 스스로를 관찰했죠.”

그 사이 중국 단둥도 다녀왔다. 연말에는 석사 때에 이어 카자흐스탄을 다시 찾아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다시피 북한연구는 대부분 냉전시대부터 넘어온 국가/주민, 진실/거짓, 현실/무대, 공식/개인이라는 이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런 바탕에선 우리가 아는 북한이라는 세계, 북한사람이라는 존재가 이미 너무 단순히 결정돼 있는 셈이죠. 이 틀에서 벗어나야 긴장과 역설이 포함된 또 다른 북한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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