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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안보만큼은 차분하게 접근하자

중앙일보 2016.11.24 01:00 종합 33면 지면보기
정용수 정치부 기자

정용수
정치부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체결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선 해프닝이 벌어졌다. 협정 서명식을 공개키로 했던 국방부가 갑자기 비공개로 입장을 바꾸면서다. 기자들이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허사였다. 사진기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서명을 위해 국방부를 들어서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사진기자 30명이 팔짱을 끼고 바라만 본 채 그냥 들여보냈다.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한 것이다. 2012년 졸속 추진으로 한 차례 무산됐던, 그리고 27년간 끌어 왔던 이 협정이 마침내 체결되긴 했지만 끝까지 잡음을 남겼다.

체결까지 계속 덜컹거렸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은 정부의 일방적인 협정체결을 반대했다. 역사 교과서나 독도영유권, 위안부 문제 등 일본과의 현안이나 민족감정을 고려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이 보유한 정찰위성과 이지스함, 해상초계기 정보는 5~10년이면 한국군도 갖기로 돼 있어 조금만 기다리자는 지적도 있었다. 군사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본이 군사대국화를 꾀하는 전략의 일환이 아니냐’ ‘최순실 파문을 안보라는 소재를 통해 정략적으로 돌파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러나 현대전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보 분야는 한국군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고 핵무기 보유가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정보는 발등의 불이다. 정보가 다양하고 정확할수록 군사적 대응 능력은 향상된다. 특히 정보수집 위성 5기 등 다양한 고급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한국보다 정보 수집 능력이 우수한 게 현실이다. 이런 까닭에 협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실제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핵탄두 탑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언제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쏠지 모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6·25전쟁을 겪은 우리에게 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민족의 운명은 힘으로 결정된다”고 말했다. 지금 국내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이럴 경우 국제관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학설이 ‘연계이론’이다.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현실인 만큼 안보 분야에서는 좀 더 차분하고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말을 바꾸고, 의심을 받을 행동을 한 정부가 밉더라도 말이다.

정 용 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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