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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갖춰지는 트럼프 진용, 점증하는 우려

중앙일보 2016.11.24 01:00 종합 33면 지면보기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지난주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은 정부 진용은 쟁점거리가 되었다. 논란의 중심에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임명된 배넌이 있었다. 그는 극우 성향의 ‘대안-우파’를 대변하고 민족주의 시각과 종교·인종·성차별적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물론 그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경제 민족주의자로서 국익을 중시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발표된 세션스 검찰총장,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오 CIA 국장에 대해서도 논란은 증폭되었다. 세션스는 극우 성향으로 테러전을 위해서는 감청·물고문·해외 감옥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이슬람과 불법 이민에 대한 강한 소신으로도 유명하다. 플린도 이슬람 관련 문제 발언을 한 적이 있고 테러전을 위해 러시아를 비롯한 누구와도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폼페오 역시 테러전을 중시하고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이란에 대한 강한 대응을 주장한다. 모두 강성 우익이며 충성도가 높은 선거 유공자다. 공화당 주류는 아니다.

한편 당선인은 인선을 발표하면서 우익과 온건 인사를 섞거나 우익 인선으로 초래된 반발을 온건 인사를 면접함으로써 중화시키려 했다. 배넌을 주류 온건파인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발표하거나 세션스, 플린, 폼페오를 지명한 후 온건파를 만나 국무와 국방 장관 기용을 타진하는 식이다. 이러한 균형 행보를 보면서 정작 그의 선호는 무엇인지가 궁금해지는데 아무래도 강성 우익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물이 우익 위주라면, 또 다른 관찰점은 백악관과 국무부 등 조직 간의 운영 방식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CEO 출신이고 선호하는 참모가 주변에 있으니 백악관이 주도할 공산이 크다. 부시 때 네오콘에 둘러싸여 있던 파월 국무부를 떠올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 동력이 이렇다면 여기에 영향을 줄 외부 동력은 어떤가. 트럼프가 유례없는 분열과 반목 끝에 당선되었으므로 야당과 공화당 온건파, 재계·언론 등 주류 엘리트들이 견제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내외의 동력이 어우러져 대외 정책이 나올 터인데 그 내부역학이 불가측이므로 전망은 이르다. 다만 몇 가지 방향을 그려 볼 수는 있다.

우선 미국이 앞장서 기여하면서 리드하다가 자국 이익을 위주로 방향을 바꿀 경우, 긍정적 측면은 러시아나 중국과의 지역적 주도권 경쟁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필요하지 않은 개입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의 미·러 대립이나 남중국해의 미·중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 부정적 측면을 보면 미국이 개입을 줄이더라도 중·러가 주변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려 할 것이므로, 인근 국가는 미국이라는 공공재가 적어진 상황에서 세력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시리아 반군을 비롯한 중동의 친미 세력과 우크라이나·조지아 등 소련권, 중동부 유럽 등 러시아의 압력을 의식하던 나라들의 처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간에 국제적 책임과 방위 분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전통적인 미국과 유럽 간의 대서양 동맹이 이완될 수 있다. 아시아에서도 미·중 간 균형을 잡으려는 역내 노력이 예상된다. 미국은 무역, 이민 등에서 여타국과 마찰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를 보면, 신행정부가 테러전의 관점에서 중동·러시아·중국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므로 한반도는 그다음일 것이다. 아시아에서 트럼프의 관심은 통상일 수 있다. 중국과의 무역·환율·지적재산권·사이버를 둘러싼 논란을 주목해야 한다. 미·중 간의 정치안보적 분위기 완화는 통상 마찰로 상쇄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피벗 이후 균형점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북핵과 관련해 미국과 중·러의 공조는 개선될 수 있다.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의 더 큰 역할을 주문하면서 탐색적 대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정선을 넘었다고 볼 경우 국익 차원에서 강한 대응을 할 소지도 있다. 테러전에 강한 대처를 주창하는 인물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자 간에는 방위비, 전시작전권 등이 논의 될 수 있다. 한·미 FTA도 재론되겠으나 미·중 무역 마찰이 한국에 미칠 영향도 클 것이다. 다수의 불법 체류 한인의 추방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목전의 국익 위주로 한국을 대하게 되면 반미 감정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한국의 대선 그리고 차기 정부와 맞물려 가변성이 있다.

이처럼 인물의 면면과 정책의 작동 환경을 보면 한·미 관계가 쉽지 않아 보이나 그래도 몇 가지 여지는 남아 있다. 우선 지금껏 나온 인선에는 아시아 배경을 가진 인물이 없다. 아시아 전문가는 앞으로 차(次)하위급에 임명될 것이다. 고위급의 주 관심이 여타지역이라면 우리 문제에 관하여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를 주목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책에 영향을 줄 의회나 재계·언론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를 강화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트럼프의 등장은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다가오는 상황은 우리에게 정확한 상황 판단과 실효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위 성 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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