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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12월호] “美 북핵정책 지난 30년간 실패 거듭, 트럼프는 폐기보다 동결에 승부 걸어야”

온라인 중앙일보 2016.11.24 00:01
대통령 직 유지하는 한 트럼프의 카운터파트는 박근혜 대통령…
트럼프, 방위분담금 인상 요구해도 한일 핵개발 동의하는 일 없을 것
11월 11일 美 보스턴시 하버드대 그의 집무실에서 김동현 월간중앙 통신원과 인터뷰하고 있는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

11월 11일 美 보스턴시 하버드대 그의 집무실에서 김동현 월간중앙 통신원과 인터뷰하고 있는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

월간중앙이 개리 새모어(Gary Samore·63)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을 물었다. 새모어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할 의도가 전혀 없고, 동맹을 파기할 의사도 없으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캠페인 당시의 발언과 집권 후 정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


새모어 사무총장은 지난 20년간 한반도 안보상황을 지켜본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전문가다. 1차 북핵 위기 당시인 1993~94년 미북 제네바 합의가 맺어질 때 미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발탁돼 백악관 WMD 정책조정관(차관급)으로 일했다. 지난 4년간 오바마 대통령이 WMD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그를 보좌했다.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는 11월 11일(한국시간) 보스턴 하버드대 그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김동현 보스턴 통신원이 월간중앙이 보낸 질문 요지를 토대로 새모어 총장을 대면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럼프 당선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최고의 설명은 이번 선거에서 특정한 인구통계집단이 기대 이상으로 많이 투표했다는 것이다. 바로 백인, 블루칼라이면서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러스트 벨트 (공업지대) 주에 거주하는 집단이 그들이다. 트럼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위스콘신에서 승리를 거뒀다. 5대호에 맞닿아 있는 지역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다. 이번 대선을 ‘러스트 벨트의 반란’이라고 부르고 싶다. 도시 내 마이너리티 그룹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보통 공화당에 투표하지 않는 인구집단의 표를 얻었고, 그들은 트럼프가 제시한 변화의 메시지를 보고 공화당에 투표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 워싱턴 정치권이 사회 변화에 걸맞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시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는 기성 정치권에 대항해 대중의 힘을 모아 혁명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발언은 허언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군사·통상 정책 분야에서 주요 포스트를 맡을 가능성이 큰 인물들을 점쳐본다면?
“국무장관 후보로는 밥 코커 테네시 주 상원의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이 거론된다. 국방장관은 스티브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프 세션스 앨라바마 주 상원의원, 마이클 플린 전 국가정보국(DIA) 국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앞으로의 몇 주 안에 트럼프 내각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스티브 해들리와 같이 명망 있고 경험 있는 인물을 기용할 것인지, 아니면 내각을 이끌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험 없는 사람을 기용할 것인지 관심사다. 가장 중요한 지명직인 국무장관, 국방장관, CIA 국장, 국토안보부 장관, 에너지부 장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아직 임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아직 이르다.”

트럼프가 공약한대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 등이 가능한 정책 대안으로 추진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 동안 수많은 말을 했지만, 그것은 선거 캠페인의 일부이며 진지한 정책으로 받아 들여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이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2017년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시,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의도가 전혀 없고, 동맹을 파기할 의사도 없으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한일 양국의 핵무기 개발 용인 등 예민한 발언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정책을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개리 새모어의 진단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한일 양국의 핵무기 개발 용인 등 예민한 발언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정책을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개리 새모어의 진단이다.

트럼프의 캠페인 도중의 발언을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단지 정치적인 수사일 뿐이다.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을 제외하고 사람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미국이 국제 분야에 관여하기보다는 미국 국내 경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긴 했다. 트럼프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측하는가?

“트럼프는 미군의 해외주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고 그것이 두 사람 회동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를 포기한다는 것과는 전혀 별개다. 트럼프 또한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북핵 동결을 전제로 한 북미 간의 관계 개선, 예컨대 평화협정 체결을 향한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보나?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평화협정에 서명할 것이다. 단순한 핵 동결만 가지고는 평화 협정에 서명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동결로는 충분하지 않다. 평화 협정은 북한의 완전한 핵 제거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북미 간 평화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없다. 북한은 항상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에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미국은 한국과 북한이 먼저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 유지하는 한 트럼프의 카운터파트는 박근혜 대통령…트럼프, 방위분담금 인상 요구해도 한일 핵개발 동의하는 일은 없을 것│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경우 퇴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사태 진전이 남북관계나 동북아 정세,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고 과도내각이 들어서는지, 아니면 사퇴하지 않고 국회의 추천을 받은 총리가 임명되는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일 것이다. 박 대통령의 퇴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남북관계나 동북아 정세, 한미동맹의 미래를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미동맹 관계는 그간 수많은 사태 속에서도 굳건히 유지 됐다. 그 관계는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보다 정권 유지가 더 큰 관심사
트럼프 당선자가 박 대통령을 의미 있는 카운터파트로 생각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한 트럼프의 카운터파트는 박 대통령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결국 북한 핵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실패한 것 아닌가?
“실패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지난 30여 년간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 세 차례 정부에서 모조리 실패했다.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결연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한 수단, 즉 인센티브와 채찍(disincentive)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으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었다. 군사적 옵션, 외교적 역량과 경제제재의 한계 때문이다.”

북핵을 저지함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상당한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핵 포기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중국이 이러한 노력에 협조할 것이라는 데 항상 비관적으로 생각해왔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보다 한반도의 안정 유지,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방지하는 것에 더 큰 이익이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미일 3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경제적인 영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2012년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전술 핵무기 재배치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지금도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건가?
“한국이 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요청하고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미국은 핵무기 재배치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느낀 바로는 한국은 미 전술 핵무기 재배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한국인은 미 전술 핵무기의 ‘귀환’(재배치)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내에서 미 전술 핵무기 재배치 관련 강력한 정치적 지지와 동의가 있기 전까지 미국이 먼저 나서서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배치와 관련된 결정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부터 와야 한다.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한반도 내의 미 전술 핵무기 재배치는 군사적 필요보다는 정치적인 상징성이 더 많다. 한국이 그러한 정치적 상징성을 필요로 할지의 문제인 것이다. 한국민들 사이에 전술 핵무기 재배치 요청을 해야 한다는 강력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도중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 발언, “한반도 내 위기 발생 시 홀로 잘해보라”는 등의 발언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더욱 매력 있는 옵션으로 만들어준 측면이 있다.

취임 후 트럼프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트럼프 당선인은 캠페인 당시의 입장에서 벗어나 조언자들과 함께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군사동맹은 강력하다는 것을 재확인할 것이다. 선거 캠페인 도중의 발언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실제로 국가와 정부를 운영하는 입장이 된 이후에는 큰 의미가 없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와 조언자들은 나토와 미국의 동맹이 강력하다는 것을 재확인시킬 것이다. 한일 양국에 핵무장 허용은 트럼프에게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트럼프의 선거운동 기간 중 발언은 한국인에게 좀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다.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왔을 때 “잘 해보라”고 냉소한 것과 당선 후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며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혼란스럽다. 한미 안보동맹,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신뢰라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미국 안전 보장의 신뢰성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 계속해서 군대를 주둔시킬 것이며 연합훈련과 군사 작전 등을 함께 해나갈 것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대선 캠페인 도중에 이뤄진 발언은 진지한 고려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올해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 단행한 개성공단 전면 철수는 사전에 미국과 협의되었던 것인가?
“그렇다.”
 
개성공단 철수, 미국과 사전 협의했다
현 시점에서 이란 핵협상의 미래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란 핵협상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교훈을 주는가?
“대선 캠페인 기간 중 트럼프는 이란 핵협상이 인류 역사상 가장 멍청한 거래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당선 시 재협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트럼프는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빠르게 알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현재까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제한해온 협상을 안고 갈 것인가, 아니면 협상을 깰 것인가의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란 핵협상은 경제제재에 기반한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의 아주 좋은 사례다. 같은 전략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중국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북한과 거래하는 대다수의 중국 은행과 금융회사는 3, 4등급의 작은 규모에 불과하다. 미국과 거래를 하지 않아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도 효과가 없다. 이란은 큰 석유 회사를 보유했고 중국, 인도, 일본, 한국과 유럽이 이란과 많은 거래를 했기 때문에 2차 제재가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경우가 다르다.”
개리 새모어 전 정책관은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보다 북한 정권의 안정화에 더 큰 이익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개리 새모어 전 정책관은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보다 북한 정권의 안정화에 더 큰 이익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남북 간 평화협정이나 통일 관련 협상이 진행된다면 미국의 입장은 어떤가?
“미국은 남북한의 통일을 지지하지만 불행하게도 가까운 미래에 통일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김정은의 권력이 견고하고 붕괴 가능성도 낮으며 중국에는 남북 분단이 유지되는 것이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북한을 보호할 것이다. 평화협정은 통일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평화협정은 이론적으로는 쉽다. 다만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한국을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고 미군의 한반도 철수와 같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0주장하기 때문에 평화협정에 서명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그러한 조건을 변경한다면, 우리는 내일이라도 평화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신에게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주었다고 가정하자. 중국에 어떻게 접근할 것이며 대통령에게 어떠한 정책적 제안을 하겠는가?

“클린턴, 부시,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성공적인 대북 외교를 위해서는 중국이 중요한 국가라는 것을 인식했다. 한미일 3국이 중국과 함께 공통된 외교 전략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일 3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데 공통된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중국과 함께 경제적인 압력을 높여나가는 공통되고도 유연한 전략에 합의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북한의 비핵화는 단기간 내 이루어지지 않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우선 동결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역량을 제거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 중국과 함께 공통된 전략을 실행해가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보스턴=김동현 월간중앙 통신원 glutto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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