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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J카페] '다양성' 존중하겠다더니…애플 고위직은 '백인-남성' 일색

중앙일보 2016.11.23 16:07
팀 쿡 애플 CEO가 애플의 소수인종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번 선거(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애플의 핵심 신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블룸버그]

팀 쿡 애플 CEO가 애플의 소수인종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번 선거(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애플의 핵심 신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블룸버그]

시가총액 700조5000억원(11월22일 현재)으로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의 고위직은 백인과 남성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 취임 이래 애플의 운영 원칙을 ‘다양성 존중’과 ‘인간중심 기업’이라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권은 특정 인종과 성별에 치우쳐 있는 셈이다.

애플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공개한 2016년 ‘EEO-1(Equal Employment Opportunity, 동등한 고용기회)’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고위 임원 107명 가운데 남성이 81.3%를 차지했다. 여성은 20명에 불과했다. 인종별로는 백인이 88명으로 역시 82%를 넘어섰다. 고위 임원 중 백인 다음으로 많은 인종은 아시아계로 14명이었고, 흑인ㆍ히스패닉ㆍ인디언 원주민ㆍ하와이 태평양 지역 원주민 등 소수인종은 모두 합해 5명뿐이었다. 톱 클래스 임직원 바로 아래 단계인 간부층(매니저와 중간급 간부) 역시 여성은 전체의 27%에 그쳤다. 간부층에서 백인의 비율은 65%로 임원급에 비해 다소 내려갔지만 아시아계와 소수인종은 여전히 각각 23%와 11%에 그쳤다. 미국에서 임직원 100명 이상인 기업은 기업 내 성별 비율, 인종 비율 등 인력 정보를 매년 업데이트해 연방정부 내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의무화하는 법은 기업 내 차별을 없애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960년대에 제정됐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애플이 공개한 2016년 EEO-1 보고서 내용은 1년 전에 비해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며 ”테크 기업들의 인종과 성별 다양성 추구 방침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매우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보고서에 나온 수치로 회사의 다양성을 측정할 수 없고 회사가 내부적으로 고용·승진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을 반영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올 애플의 신입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은 37%로, 재작년 31%, 작년 35%보다 높았다. 소수인종 역시 올해 신규로 고용된 임직원 비중은 27%로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하위직급에서는 다양성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 IT 전문매체 디지털 트렌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여성 임직원 비율이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애플은 느리지만 제대로 된 방향(right direction)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양성’ 문제는 최근 실리콘밸리 최대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애플을 비롯해 구글·MS·오라클·야후 등은 2010년만 해도 EEO-1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며 미국 정부와 승강이를 벌였다. 기업 전략상 구체적인 인력 정보를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2014년부터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이 경쟁적으로 보고서를 공개하고 기업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IT 기업 리더들은 언론과의 인터뷰, 콘퍼런스 등에서도 앞다퉈 다양성을 강조했다. 팀 쿡 CEO만 하더라도 미국 심야 토크쇼인 ‘레이트 쇼’에 출연해 “나는 항상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며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보호와 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팀 쿡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힌 것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더 솔직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IT기업들이 갑자기 다양성 지지자로 변신한 이유는 다양성이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과 판매 증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페이스북·트위터·스마트폰 사용자를 확대하기 위해선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인식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내부 인력을 다양화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여성과 소수인종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페이스북의 ‘다양성 총괄책임자’ 같은 담당 직책을 두고 다양성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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