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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정권과 권력

중앙일보 2016.11.21 17:58
오늘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비박계가 이미 탄핵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이로써 정국의 큰 물줄기는 탄핵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하야, 퇴진, 2선 후퇴 등은 이제 현실성 제로에 가까운 옵션이 됐습니다. 국회 의석분포상 탄핵안이 통과하려면 야당과 무소속 의원 모두에다 29명의 여당 의원이 가세해야 합니다. 비박계 중심의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의원 중 32명이 탄핵 절차 착수에 동의한 상태입니다. 단순 셈법으론 가결 정족수를 넘긴 듯 보이지만, 실제 표결도 그렇게 나올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래서 야권의 공조 요청과 설득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박 대통령은 시간을 벌었습니다. 반면 금방이라도 정권을 빼앗을 줄 알았던 야당은 앞으로 긴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헌법 가치를 훼손한 대통령은 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게 이 사회 공중들의 일반의지라면, 그냥은 안 물러난다는 게 대통령의 특수의지입니다. 대립되는 두 의지의 대치 국면은 한 동안 지속될 겁니다. 답답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불확실한 대안들이 정리되고 헌법에 의한 권력통제 기제가 막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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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러는 동안 누구도 책임있게 국정을 이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내일 국무회의는 유일호 부총리가 주재합니다. 박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을 의식한듯 불참, 총리는 해외출장이라 불참한다 합니다. 그러다보니 경질 대상인 유 부총리가 나서는 겁니다.

새누리당에선 내분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내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하기로 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당 지도부와 친박에 대한 불만으로 비주류 정치인이 탈당하는 건 처음입니다. 동반 또는 후속 탈당 가능성을 내다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은 지키고 있지만 권력은 착착 증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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