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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누가 굿즈를 만들까? 토토의 수집품 우해정 대표&유진아 실장 인터뷰

중앙일보 2016.11.21 14:14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공연 포스터와 전단지라면 십중팔구 거치는 곳이 있다. 인쇄 및 판촉물 제작 회사인 대경토탈. 서울 충무로 인쇄 골목 한쪽에 자리 잡은 이 회사는, 영화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국내 영화 역사와 함께한 산증인이다. 최근 이 회사 건물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경토탈 ‘인쇄의 달인’들이 영화 굿즈 전문 업체를 차린 것. 그간 대경토탈에서도 굿즈를 제작하기는 했지만, 독자적 브랜드를 만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토토의 수집품’ 사무실에서 우해정 대표와 유진아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청했다.
 
인쇄업으로 잔뼈 굵은 두 사람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우해정 대표(이하 우해정) 알다시피 인쇄물 수요가 많이 줄었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에 참여하는 스태프의 마음으로 함께할 만한 사업을 구상하다 보니 굿즈 제작이 답이더라.
유진아 실장(이하 유진아) 영화를 주제로 창의적 작업을 해 보고 싶었다. 대경토탈이 일반 인쇄소와 조금 다른 노선을 걸어온 것도 도움이 됐다.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부터 굿즈 제작 아이디어를 함께 모으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모든 시스템을 갖췄다.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굿즈 사업을 구상했다. 토토의 수집품으로 사업자등록증이 나온 것은 지난 3월이다.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 자료가 굿즈 역할을 대신하던 때도 있지 않나.
유진아 2000년대 초반부터 그야말로 ‘보도 자료 전성시대’가 열렸다. 디자인 업체에 젊은 인재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보도 자료가 국내에서 제작된 굿즈의 시초인 셈이다. 사이즈와 제본 형태가 정말 다양했다. ‘태풍’(2005, 곽경택 감독) 보도 자료가 기억에 남는다. 제본하지 않고 낱장으로 만든 자료에 톰슨(Tomson·인쇄물을 원하는 모양대로 가공) 처리를 해서 일일이 고무줄을 끼웠는데, 당시 반응이 무척 좋았다.
오늘날의 굿즈는 그 의미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유진아 하나의 티저(Teaser), 즉 홍보물이다. SNS가 활성화된 지금은 굿즈가 곧 영화 홍보 채널이다. 관객의 SNS에 올라온 예쁜 사진 한 장이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시대인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홍보물, 영화를 본 후에는 애장품이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요즘 관객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영화에 대한 무언가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우해정 ‘굿즈’라는 말은 최근 들어 생겼지만, 재미있는 홍보물은 예전에도 많았다. 약사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라면, 약봉지에 초콜릿을 담아 배포하는 식이었다. 다만 그 시절엔 이런 굿즈가 하나의 산업이 될 거라는 예측을 못했다. 앞으로는 전문 제작 업체도 더 생겨날 것 같다.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과정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유진아 굿즈는 공장에서 기성품을 찍어 내는 게 아니라 소량으로 제작된다. 재료를 구하려면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 종로 동대문종합시장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재료를 직접 보러 다닐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디자이너가 원하는 색감의 고무줄을 제작하려고 염색에 대해 공부하다가 ‘압축 염색’이라는 개념도 알게 됐다. 이렇게 얕고 넓은 지식이 쌓인다(웃음). 굿즈 하나를 완성하려면 국내 제작의 경우 보름 정도, 중국 등 해외 제작이 필요한 경우에는 한 달 정도 걸린다.
`범죄의 여왕` 굿즈 사진=이소정(STUDIO 706)

`범죄의 여왕` 굿즈 사진=이소정(STUDIO 706)

 
토토의 수집품 1호 굿즈들

핑크색 노트와 금색 북 클립으로 구성된 ‘캐롤’ 굿즈는 없어서 못 내놓을 만큼 인기였다. 토토의 수집품 1호 제품으로, 특히 북 클립은 각종 출판사에서 ‘같은 형식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범죄의 여왕’(8월 25일 개봉, 이요섭 감독) 굿즈인 ‘합격탕’(사진)은 관객 호응도와 더불어 회사 내부 만족도 역시 높았던 경우다. 극 중 고시 학원 수강생들에게 인기 높은 상품으로 등장했던 합격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유진아 실장이 발품을 팔아 식용 허가된 패키지를 만들고, 바리스타를 섭외해 유통기한까지 변질될 염려가 적은 더치커피 비율을 연구했다. 일일이 계량을 거쳐 3000포가량을 직접 포장한 만큼 유독 애착이 가는 굿즈라고.
 
*이 기사는 매거진M 184호(2016.10.14-2016.10.20)에 실린 기사입니다. *

글=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사진=이소정(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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