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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김종 전 차관, 무서움 많이 느꼈다" 첫 심경 고백

중앙일보 2016.11.21 13:13
 
‘마린보이’ 박태환(27)이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올림픽 출전 포기 압력과 관련해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태환은 21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 5월 25일 김 전 차관과의 만남에 대해 심경을 밝혔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만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컸다”며 “대학교수직 언급이나 광고 스폰서 얘기 등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박태환은 전날 도쿄 다쓰미(辰巳) 국제수영장에서 끝난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100·200·400·1500m 4관왕에 올랐다. 자유형 100m(48초57), 200m(1분45초16)에선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오랜만에 애국가를 울리게 돼 기분이 좋았다. 많은 국민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셨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다음은 일문일답.
 
김종 전 차관과 만났던 당시 정황은?
“정황에 대해 말씀 드리기는 좀 힘든 부분 있으니까 제 입으로 얘기하기는 그렇다. 당시 긴장이 많이 돼 있었다. 아무래도 올림픽 앞둔 상태에서 제가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저는 올림픽 출전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컸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만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컸다. 그 외적인 부분은 어떻게 되든지 제가 선수로서는 어떻게든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떤 선수라도 올림픽 대회 뛰고 싶다는 생각은 똑같을 것 같다.”
김 전 차관 얘기 듣고 충격이나 아픔은?
“수만 가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긴장도 많이 됐고 제가 뭔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이기엔 너무 높은 분이니까. 많은 말씀들 하실 때 무섭기도 했고 선수로서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나 책임, 그런 거에 대해서 좀 아무래도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제가 선수로서 출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생각 외에는 사실 많이 안 했던 것 같다. 워낙 그때 긴장이 많이 돼서 계속 듣고만 있었다.”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당시 만남이 리우올림픽 경기력에 영향 미쳤나?
“선수로서는 사실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정말 동네 시합이 아니고 전 세계를 대표해서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선수가 레이스에만 집중하고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하는데 저는 선수로서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수영 외에 생각할 것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생각을 뒤늦게 하는데 리우올림픽 때 레이스에 대한 부분은 그런 부분으로 인해서 제가 못했다는 핑계를 대거나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제가 레이스를 못한 건 못한 거니까. 레이스 잘 못한 부분에 대해서 제가 그때 인터뷰할 때도 ‘많은 국민 여러분이 제 레이스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까지 응원해주셨는데 멋진 모습, 멋진 레이스를 못 보여 드린 것은 아쉽고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 마음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 그런 부분 때문에 제가 레이스를 못했다기 보다 준비했던 것 잘하고 했어야 하는데 이번과 같은 자신감 있는 레이스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더 아쉬운 것 같다. 사실 이번 경기를 생각하면.”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리우올림픽 성적이 안 좋았다. 어땠나?
“리우올림픽 레이스, 저도 많이 답답했다. 그때 사실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고 뭔가 계속 답답한 레이스를 했다. ‘진짜 내가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 전국체전도 그렇고, 이 대회도 마무리 잘해서 좋은 기록 계속 나오니까 자신감 생기고 좀 더 열심히 해서 좀 더 발전하는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대학교수직 언급이나 광고 스폰서 얘기 듣고 흔들리지 않았나?
“그런 흔들림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올림픽 안 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 있기 전부터 선발전에 대한 목표도 굉장히 컸다. 그 이후에 계속 저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었다. 좀 더 연습을 잘하고 좀 더 집중하면 선발전보다 더 좋은 기록 나오지 않을까 혹은 올림픽 무대에 나갈 수 있게 되면 메달은 모르겠지만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기 때문에 기업 후원이나 대학교수 자리 얘기 나왔을 때는 사실 귀에 들어온다기보다는 올림픽을 정말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
김종 전 차관과 주로 어떤 얘기를 나눴나?
“그걸 제가 말씀 드리고 싶어도 그때 자세한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는 너무 긴장한 상태였고 정확히 다 기억을 못한다. 사실 이런 부분(김 전 차관 압력)이 더 전개가 되고 오픈이 돼서 뭔가 어떻게 되고 이런 게 저로서는 좀 부담이 많이 된다. 아무래도 선수로서의 모습들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해해주면 좋겠다.”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마친 소감은?
“이번 경기 잘 마무리하게 돼서 정말 기분 좋다. 아직 카메라 앞에,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이 부담감 있었는데 오랜만에 시상식에서 애국가도 울리고 금메달도 따게 돼서 정말 좋다. 기록 또한 제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레이스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어려웠는데 예전에는. 시합 자체 나가는 것이 힘들었고 스케줄 상으로도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었는데, 훈련 겸 출전하게 됐다. 훈련 일환으로 레이스를 하게 됐는데 기록 잘 나와서 기분 좋다. 오랜만에 애국가 울리게 돼서 기분이 되게 좋다.”
오랜만에 좋은 성적 냈다. 애국가 다시 들었을 때 소감은?
“우선 200m 경기 끝나고 금메달을 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터치패드 기록이 눈에 들어 왔다.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은 게 굉장히 오래된 것 같다. 사실 긴장이 좀 많이 됐던 것 같다. 긴장이 안됐으면 애국가를 따라 부른다든지 했을 텐데 정신이 없었고 얼떨떨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났고 선수로서의 자부심도 더 많이 생겼다.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끝까지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예전에 인터뷰 많이 했는데 행동으로, 결과로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게 제일 기분 좋고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 앞으로 15일, 20일 후에 또 경기가 있는데 열심히 준비해서 세계에서 또 애국가를 울릴 수 있게 준비를 잘 해서 열심히 하겠다.”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21일 도쿄시내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 질문에 답하는 박태환 [도쿄=이정헌 특파원]

현재 몸 상태는?
”이번 경기 몸이 좀 힘들었다. 잘 먹고 (다음 대회까지) 남은 기간 훈련도 훈련이지만 먹는 거 보충하고 컨디션 조절 잘하겠다. 세계 대회에서 기록도 기록이지만 애국가를 울리는 것이 큰 목표다.”
단기 목표, 장기 목표는?
“단기적인 목표는 앞으로 15일, 20일 후에 세계 선수권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내년에 세계 선수권대회 있으니까 예정된 시합 잘 마무리하고 연말 쉬면서 내년 세계 선수권을 준비할지 안 할지 생각도 하고. 내년 세계 선수권대회가 장기적인 목표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은?
“이번에 시합 끝나고 일본 쪽에서도 인터뷰했는데 ‘도쿄올림픽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많이 얘기했는데 나가고 싶은 생각은 있다. 아무래도 도쿄는 먼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근데 아무래도 기간이 4년 남았다. 짧은 시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긴 시간도 아니기 때문에 제가 얼마만큼 준비를 잘하고 얼마만큼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나 상황이 잘 갖춰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리우올림픽 때도 그렇고 지금도 힘들게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세게 선수권 잘 끝나고 나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있다. 준비 잘 할 수 있는 상황 되면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 여러분 응원해주셨고 지금도 많이 응원해주신다고 생각하고 있다. 수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힘들고 좌절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나?
“아무래도 가족이다. 가족이 옆에서 이 일에 대해서, 선수생활, 이런 것 보다 제가 다시 밥이라도 먹을 수 있게, 암흑 속에서 빛을 보여줄 수 있게 해준 게 가족이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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