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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영화 굿즈 전성시대, 어디까지 알고 있니?

중앙일보 2016.11.21 11:49
 
'굿즈’ 전성시대다. 원래 굿즈(Goods)란 상품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문화 분야에서 파생한 제품을 의미한다. 그중 영화는 굿즈 제작의 최전선에 서 있다. 개봉 영화 홍보용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요즘은 물품의 종류와 형태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굿즈 콜렉터도 늘고 있다. 특히 다양성 영화와 굿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잘 만들기만 하면 SNS를 통한 관객의 자발적 입소문이 보장되는 만큼, 독특하고 인기 있는 굿즈를 제작하기 위한 노력은 아이디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아예 영화 굿즈 전문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왜 굿즈에 열광하는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굿즈를 둘러싼 영화계 풍경부터 굿즈를 모으는 사람들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각도로 들어 보았다. 블루레이 굿즈·해외 굿즈까지 포함하면 내용이 너무 광범위해지기 때문에, 이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기사는 국내에서 개봉한 다양성 영화 굿즈에 초점을 맞췄다.

엽서 세트·연필·스티커·천 가방…. 요즘 국내에서 다양성 영화가 개봉할 때 쏟아져 나오는 굿즈 품목이다. 관객과의 대화(이하 GV)를 포함한 특별 시사회뿐 아니라 일반 상영 시에도, 영화 시작 전후로 관객에게 특별 제작 굿즈를 나눠 주는 경우가 있다. 최근엔 굿즈를 하나도 만들지 않고 홍보하는 다양성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다양성 영화 홍보에서 굿즈 제작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됐다. 그 이유가 뭘까.

다양성 영화 배급 및 홍보사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는 굿즈에 대해 “적은 광고 집행 비용으로 최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 말한다. 최근 이 회사는 ‘최악의 하루’(8월 25일 개봉, 김종관 감독) 홍보를 담당하며 천 가방·투명 포토 프레임 등을 굿즈로 만들었다. 메인 포스터 디자인을 활용한 종이로 만든 컵 받침은 관객에게 배포하는 동시에, 극의 배경인 서울 서촌 카페에 비치해 인기를 끌었다. “외화에 비해 홍보 예산이 적은 한국 독립영화의 경우 굿즈 제작은 중요하다. ‘예쁘다’ ‘갖고 싶다’ 등의 느낌을 주는 굿즈를 만들어, 관객이 SNS에서 자발적으로 해당 영화를 알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요즘은 포스터 못지않게 굿즈 이미지에도 신경 쓴다. 개봉 전 공개된 이미지로 흥행의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의 말이다.

‘캐롤’(2월 4일 개봉, 토드 헤인즈 감독) 역시 소장 욕구를 부추기는 굿즈로 화제를 모았다. 필름 상영 때 사용한 필름을 잘라 만든 북 클립,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엽서 세트 등이 인기였다. 이 영화의 홍보를 담당한 올댓시네마 김태주 실장은 “필름으로 상영된다는 사실과 함께 필름 북 클립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며 “각 영화의 개성에 맞춘 굿즈를 잘 만들기만 한다면, 관객의 반복 관람 유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화 때문에 한 번, 굿즈 때문에 또 한 번 관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립반윙클의 신부` 사진=국외자들

`립반윙클의 신부` 사진=국외자들

최근 들어 굿즈를 통해 잠재적 관객층을 포섭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다양성 영화에 관심 가질 만한 관객을 역으로 공략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굿즈 제작은 대개 젊은 디자이너·신진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방식으로 이뤄진다. 회사 규모보다 제품의 개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립반윙클의 신부’(9월 28일 개봉, 이와이 슌지 감독)의 홍보 담당사 국외자들은, SNS에서 인기 높은 일러스트 작가 신모래와 손잡고 일러스트 포스터를 제작했다. 그뿐 아니라 소규모 스튜디오 ‘소시민워크(sosiminwork)’와 함께 제작한 배지 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런 경우 영화 상영 기간 동안 해당 브랜드 매장이나 SNS를 통해 판매되기도 한다. 국외자들 이혜주 실장은 “SNS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눈여겨보며, 요즘 관객 취향을 파악하고 굿즈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그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는 영화가 개봉할 때 협업을 제안한다. 관객 취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가질 것 같다’는 식으로 일종의 맵을 그려 나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계의 굿즈 열풍은 홍보물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자인 회사 프로파간다 최지웅 실장은 “SNS에서 (굿즈에 대한) 관객 반응이 워낙 좋으니, 영화마다 더 예쁘고 독특한 디자인을 주문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더 다양한 재질과 사이즈의 디자인을 시도하는 중이다. 굿즈 열풍이 국내 영화 그래픽 디자인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까페 소사이어티` 사진=이소정(STUDIO706)

`까페 소사이어티` 사진=이소정(STUDIO706)

굿즈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퀄리티

일반적으로 굿즈는 20~30대 여성 취향을 겨냥한 제품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며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굿즈 자체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영화사·영화관이 주관하는 플리마켓에서 굿즈를 판매하는 일도 늘었다. 최근 1~2년 사이엔 물건이 부족해 팔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굿즈 효과가 모든 영화에 항상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유행에 발맞춰 대부분 필수로 제작하지만, ‘굿즈의 인기가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로 굿즈가 높은 인기를 끌어도, 정작 해당 영화 수익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외화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 임진희 팀장은 “상영작 자체의 장점이 적은 경우 굿즈만 잘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홍보 효과를 볼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오히려 요즘 이 회사에서는 굿즈 제작을 지양하고 있다. 굿즈에 대한 반응이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사의 팀장 역시 “최근 굿즈 제작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영화에 굿즈가 어울리는 것은 아니어서, 불필요한 경쟁에 뛰어드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의 고민도 있다. 프로파간다 최지웅 실장은 “포스터 유행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포맷이 반짝 인기를 끌면 모두 그 디자인을 원한다. 그렇다 보니 굿즈 역시 디자인이 비슷한 모양으로 평준화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해당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성 영화 홍보 방식으로 굿즈가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굿즈를 위한 굿즈는 지양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올댓시네마 김태주 실장은 “모든 영화에 적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영화이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굿즈여야 한다. 그래야 홍보 효과와 관객 만족도 모두 두루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굿즈 바람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문학·음악 등 문화 전반을 통틀어 ‘한정판’에 대한 관심과 열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는 “공장에서 찍어 낸 상품 대신 수량이 한정된 제품을 향한 소장 욕구가 높은 시대다. 또한 SNS로 ‘예쁨’을 전시하는 시대,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다니는 시대다. 그렇다 보니 영화 관련 굿즈 유행은 쉬이 가시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캐롤` 노트 & 북클립, 사진=올댓 시네마

`캐롤` 노트 & 북클립, 사진=올댓 시네마

 
관객에게 '굿즈 수집'의 이유를 묻다
영화계 내부 의견을 들었으니, 이제 관객 반응을 알아볼 차례다. 인스타그램에서 소문난 영화 굿즈 수집가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굿즈’란 무엇입니까?”
 
전지혜(@jeon_jihye89) “영화 전단지와 엽서를 좋아한다. ‘청풍명월’(2003, 김의석 감독)을 시작으로 전단지를 모으게 됐다. SNS에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알게 되면, 각자에게 필요한 자료를 교환하기도 한다. 경북 안동에 살고 있는데, 지방 관객은 이렇게 나처럼 굿즈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 등지에 주로 풀리는 한정판 엽서를 구하기 위해서다. 굿즈 수집의 가장 큰 장점은 ‘좋아하는 영화의 정보가 함축된 물건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에 대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음은 물론이고, 요즘은 디자인도 예뻐서 소장 가치가 높다.”
 
윤현진(@movie_and_life) “영화 엽서·보도 자료 등 좋아하는 영화에 관련된 것은 거의 다 수집하고 있다. 수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는 3년쯤 됐다. GV와 같은 영화 행사에 참여하면서, 배우 및 감독에게 사인 요청할 기회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당 영화의 굿즈에 사인받을 경우 소장 가치는 훨씬 높아진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2015,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개봉 당시 크루즈의 내한으로 레드카펫 행사가 열렸다. 그때 톰 크루즈의 친필 사인이 담긴 보도 자료를 받았다. 가장 아끼는 수집품이다. 영화 관련 굿즈는 ‘대량 생산품이 아닌 희소성 높은 물건이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굿즈 수집은 영화 관람과 더불어 좋은 취미 생활이 됐다.”
 
[히트다, 히트! 유형별 대세 아이템 5]

영화 한 편이 개봉하면 노트·부채·에코백 등 굿즈가 쏟아진다. 하지만 이제는 굿즈도 특별해야 살아남는다. 큰 화제를 모았던 품목들을 유형별로 나눠 보면, 요즘 굿즈의 경향이 보인다.

소장 욕구 100% 키트
사진=최지웅

사진=최지웅

 요즘은 한두 개의 개별 아이템보다 패키지로 엮은 키트(Kit)가 대세다. 영화 내용을 추억할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개봉한 ‘빽 투 더 퓨쳐’(1985,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메모리얼 키트’는 뜨거운 인기로 물량이 모자랄 정도였다. 여기에는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가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에게 쓴 편지, 1987년 국내 개봉 당시 제작된 전단지 복원판, 사건 해결을 알리는 신문, 스페셜 카드 등이 들어 있다.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사진=국외자들

사진=국외자들

영화 이미지에 어울리는 신진 브랜드 혹은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한 굿즈가 있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유행이 되기 시작했다. ‘하이-라이즈’(3월 30일 개봉, 벤 웨틀리 감독)의 경우 캔들 제작 업체 ‘프레쉬(Presh)’와 컬래버레이션한 미스터리 캔들, ‘오, 롤리데이!(O,LD!)’와 협업한 아이폰 케이스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 홍보사 국외자들 이혜주 실장은 “기존 영화 팬층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관심이 높은 잠재적 관객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물건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사진=그린나래미디어

해당 영화 속 중요한 소품이 굿즈 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폭스캐처’(2014, 베넷 밀러 감독)는 극 중 레슬링팀이 입었던 ‘팀복’을 그대로 제작해 인기를 누렸다. 외화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가 홍보용으로 300장가량 찍어 낸 이 맨투맨 티셔츠는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결국 추가 제작해 플리마켓 등에서 판매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중고 시장 거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관객 참여형

때로 굿즈는 단순한 소장품이 아니라 놀이의 도구다. ‘프랭크’(2014,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는 주인공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가 ‘절대 가면을 벗지 않는 괴짜 뮤지션’임에 착안해 종이 가면을 만들어 배포했다. 제30회 선댄스영화제 상영 당시 홍보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국내 개봉 때도 시도한 것. 프랭크 가면을 착용한 관객들이 즐거워하며 SNS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곧 유행으로 번졌다. 최근에는 투명 포토 프레임이 유행하고 있다.

읽을거리
 
사진=KT&G 상상마당

사진=KT&G 상상마당

흔히 시도되는 방식은 아니지만, 굿즈를 책으로 만드는 독특한 유형도 있다. 시나리오, 촬영 현장 사진, 영화인 추천사 등 해당 영화 제작 전반의 이야기를 책이나 신문 형태로 엮은 굿즈다. ‘셔틀콕’(2014, 이유빈 감독)의 경우 ‘셔틀북’을 제작해 굿즈 아이템의 폭을 넓혔다.
 

 
*이 기사는 매거진M 184호(2016.10.14-2016.10.20)에 실린 기사입니다. *

글=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사진=이소정(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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