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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비서실, 박 대통령 변호사 입장문 작성 개입?…"실정법 위반 가능성"

중앙일보 2016.11.21 08:55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20일 발표한 입장문 작성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

청와대 비서실의 개입이 사실일 경우 실정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유 변호사가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의 입장'은 A4용지 24쪽 분량으로, 아래하한글 파일로 작성됐다.

노컷뉴스는 이 파일의 작성자 아이디를 확인한 결과, 'j*****'라는 아이디가 검사 출신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A행정관이 검사 시절에 사용했던 이메일 주소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A행정관이 박 대통령 개인 변호사의 입장문을 대신 작성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이는 민정수석실이 대통령의 직무 보좌가 아니라 개인 사건 변호에 투입됐을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컷뉴스에 "유 변호사가 대통령 면담을 하고 와서 메모를 정리할 때 민정에서 컴퓨터를 빌려준 일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유 변호사의 발표 직후에 나온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의 성명서도 유 변호사의 회견문과 거의 동일했다.

또 검사 32명이 투입된 초대형 게이트 사건에 대응하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 한 명뿐인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법률적으로 복잡하고 여러 혐의가 얽혀있는 경우 여러 명의 변호사를 선임해 업무를 분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노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12명이었다.

당시 법적 쟁점은 노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하나뿐이었다.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복잡한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달랑 1명만 선임했다. 다른 법률 전문가들이 비공식적으로 도와주거나(뇌물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 청와대 비서실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면 대응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에는 대통령 비서실의 직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법률상 규정된 대통령 비서실의 직무는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혐의는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것이어서 비서실이 박 대통령의 변호를 돕는 건 직무를 벗어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청와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국정 농단과 관련된 의혹을 해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9일(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 - 이것이 팩트입니다)과 20일(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수사결과에 대한 대변인 브리핑 및 유영하 변호사 입장 전문) 두 차례 게시물을 올려 박 대통령 방어에 적극 나섰다.

이종걸 의원은 "박근혜 피의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논란은 대통령의 '직무'와는 상관이 없다'며 "청와대 직제의 어디에도 대통령의 형사 사건 혐의를 방어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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