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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공모” 헌정 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

중앙일보 2016.11.21 02:06 종합 1면 지면보기
2016년 11월 20일.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건’의 공범(共犯)으로 검찰에 입건됐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는 이날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직권남용·강요·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검찰 “재단 설립·모금 지시, 신동빈에겐 75억 강요”
최씨 등 3인 공소장에 적시…“사실상 주범이란 의미”
박 대통령, 검찰조사 거부 입장… 야권 주자들 “탄핵”

이 본부장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대통령이 최씨 등의 여러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이들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을) 정식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 등 세 사람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이 직권남용 등의 범죄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와 있어 사실상 주범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검찰의 초강수였다.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기업 회장을 독대한 뒤 774억원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직접 요청했고, 미르재단 임원진 명단까지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최씨가 추진하는 경기도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K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내도록 강요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또 ▶2014년 11월 현대자동차에 최씨 지인의 회사인 ‘KD 코퍼레이션’ 제품(원동기용 흡착제)의 납품을 요구(이후 10억원 상당 납품)했으며 ▶지난 2월에는 최씨가 설립한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줄 것을 요구(이후 70억여원의 광고 수주)하는 등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기업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강요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들어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위를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한 것인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이번 주 받겠다고 했던 검찰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를 엄밀히 따져 보지도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이라며 “검찰의 직접 조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책임을 가릴 합법 절차란 ‘탄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했다.

이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 8인도 긴급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합의 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퇴진 운동과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 등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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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나경원 의원 등 비주류 의원 32명도 이날 당 비상시국회의에서 “탄핵 절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무소속을 포함해 야권 171명과 32명의 여당 의원이 탄핵 추진에 나서면 가결 정족수(200명)를 넘어선다.

강태화·현일훈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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