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 대통령 ‘줄기세포 주사’ 맞았다면 허가 안 받은 불법

중앙일보 2016.11.21 01:25 종합 12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 농단 줄기세포 시술 논란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제보자의 증언을 근거로 “최씨 소개로 박 대통령이 2010년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얼굴 미용을 위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줄기세포는 알앤엘바이오라는 회사의 성체줄기세포다. 인체의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체외(대개 실험실)에서 배양·증식한 것이다. 지방 1㏄에서 100만 개의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는 효과가 별로 없어 20~50배 늘리기 위해 증식한다.

8000명에 돈 받고 불법시술 의뢰
당시 줄기세포 배양 업체 적발도
회사는 처벌, 환자는 처벌 안 받아


문제는 최씨와 박 대통령이 시술받은 주사제가 불법의약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세척·냉동 등의 단순 처리만 해서 환자의 신체에 주입하면 합법적 의료 행위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의료기관이 배양·증식하면 불법이다. 약사법 위반에 해당된다.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조작 과정에서 성질이 변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어서다. 불법으로 약을 만든 것과 같다. 전문가들은 암 유발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식약처의 통제하에 동물실험-인체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해 품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박 대통령이 맞았다는 줄기세포 주사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정지원 식약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장은 “임상시험을 안 거친 약의 효과를 논하는 것 자체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약품이라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알앤엘바이오는 2007~2010년 8000여 명의 환자에게 1인당 1000만~3000만원을 받고 자사 연구소에서 줄기세포를 추출·배양해 국내외 협력병원에 시술을 의뢰하다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박 대통령도 이때 시술받은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의 배양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지만 환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현재 식약처 허가를 받고 시판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파미셀㈜의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심장마비 약)와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등 4개뿐이다. 2014년 7월 이후 신규 허가된 약은 없다. 세계적으로도 허가 약이 많지 않다. 다만 임상시험은 활발하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의 임상연구 등록 사이트(www.clinicaltrials.gov)에 오른, 상업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제는 46개다. 미국 146개에 이어 세계 2위(전체 317개)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차움에서도 줄기세포를 맞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동모 차움 원장은 “박 대통령과 최씨는 우리 병원에서 결코 줄기세포나 면역세포 주사를 맞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본 차병원인 도쿄셀클리닉(TCC)에서 면역세포 치료제를 주사 맞았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엔 배양 시설이 없다. 환자가 오면 일본으로 연결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배양했다면 국내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줄기세포
세포 분열을 통해 자가 재생산(self-renew)하거나 피부·근육·혈액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 지방·피부 등에서 추출하면 성체줄기세포, 수정란에서 추출하면 배아줄기세포라고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