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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트럼프·닉슨, 폭력·테러·전쟁 즐겨 쓴 ‘공포 유발형’

중앙일보 2016.11.21 01:08 종합 20면 지면보기
“흑인과 히스패닉이 지옥에서 살고 있다. 길거리를 걷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미 대선 1차 TV토론)

트럼프의 언어는 공포스럽다(※위 표 참조). 미국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공포스럽게 표현한 뒤 자신을 ‘법과 질서(law & order)’의 수호자이자 강한 미국을 재건할 인물로 내세웠다. ‘법과 질서’는 1968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분열된 미국 사회를 통합할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내건 대선 슬로건이다. 당시 닉슨은 미국을 혼돈 속 모습으로 표현했지만 트럼프는 이보다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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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보면 “제멋대로 배회하며 평화로운 시민을 위협하는 이민자들” “국경을 가로질러 퍼져나가는 폭력” 등의 표현을 즐겨 썼다. 트럼프가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폭력’(11회)과 ‘테러리즘’(9회)이었다. ‘범죄’와 ‘살해당한(killed)’ 등도 각각 6회로 상위에 올랐다. 닉슨도 후보 수락연설에서 ‘전쟁’(13회)과 ‘질서’(11회), ‘혁명’(11회) 등 경각심을 일깨우는 표현을 다수 썼지만 트럼프 쪽이 더 자극적이라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트럼프가 주장한 공포의 원인은 들끓는 범죄와 무법천지 이민자들, 그리고 일자리를 빼앗는 무역협정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미국 내 폭력 범죄율은 1990년 이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민자 유입도 역대 최저”라며 “트럼프가 닉슨 시대의 성과를 재창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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