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도서정가제 2년, 가타부타 말 없는 문체부

중앙일보 2016.11.21 01:06 종합 21면 지면보기
21일은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2014년 11월 21일부터 신간·구간 상관없이 모든 도서의 할인율을 최대 10%(적립·사은품 등 간접할인까지 포함하면 최대 15%)로 제한한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일까지 아무런 관련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2주년에 맞춰 예정돼 있었던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2년 모니터링 결과’ 발표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권도연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보완할 부분이 있어 당분간 발표를 못한다”고 밝혔다. 산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연구 용역을 실시한 ‘개정 도서정가제 연구 보고서’ 발표 역시 연기됐다. 조사에 참여했던 한 출판계 관계자는 “요즘 문체부 업무가 ‘최순실 파문’ 이후 거의 마비 상태”라고 전했다.

모든 책 할인율 최대 10%로 제한
3년 한시법, 1년 뒤 연장 여부 결정
최순실 여파 업무 마비…출판계 혼란

현행 도서정가제는 3년 한시법이다. 2017년 11월 21일 이후에도 계속 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일체의 할인을 금지하는 ‘완전 도서정가제’로 강화할 것인지, 혹은 도서정가제 자체를 폐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앞으로 1년 이내에 마쳐야 한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시행에 따라 책값과 신간 발행 종수, 베스트셀러 중 신간 비율 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 자료가 없어 몇몇 전문가들의 감에 의존한 주먹구구식 해석과 평가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도서정가제는 1999년 인터넷 서점 등장 이후 파행적인 책값 할인으로 인한 출판 시장 왜곡 문제를 풀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처음엔 출간 1년 이내의 신간에만 할인율 규제를 했다가 2007년 신간의 범위를 ‘발간된 지 18개월까지’로 넓혔고, 2014년부터는 정가제 적용 범위를 모든 책으로 확대했다.

개정 도서정가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어린이책 출판사다. 신간보다 스테디셀러의 비중이 큰 어린이책 시장은 가격 할인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수십 권씩 홈쇼핑 등에서 묶어 팔며 박리다매 전략을 펼쳤던 출판사들은 개정 도서정가제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이들의 불만은 공개적인 자리에선 드러나지 않는다. 정가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반문화’‘반출판’ 취급하는 출판계 내부 분위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의 성과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동네서점의 부활’을 내세운다. 서점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개성있는 책방이 속속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가수 요조와 노홍철,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 등이 만든 책방이 그 사례인데, 이들이 과연 수익률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1625개였던 서점 수는 2015년 1559개로 여전히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생기는 동네책방이 출판시장 활성화의 신호일지, 특정 계층의 고급 취미일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가격 통제의 부작용으로 우려했던 편법 할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박효상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예스24·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 운영하는 기업형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편법 할인의 통로가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서점이 새 책 판매에 방해가 될지, 아니면 쉽게 되팔 수 있어 새 책 구매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지 아직 불분명하다.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어서다.

도서정가제는 지식·문화 산업인 출판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다. 현행 제도의 실익을 분명히 따져 정교하게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향후 출판 시장의 운명을 좌우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휘청이는 문체부가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