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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수상한 그녀’ 한·중·일 감독 좌담

중앙일보 2016.11.21 01:04
‘수상한 그녀’ 한·중·일 감독 좌담

“시골 할머니가 손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렇게 전세계로까지 뻗어갈 거라곤 생각 못했죠.”
여성 주인공을 원톱으로 내세워 경이로운 흥행 기록을 세운 ‘수상한 그녀’ 포스터.

여성 주인공을 원톱으로 내세워 경이로운 흥행 기록을 세운 ‘수상한 그녀’ 포스터.

19일 서울에서 열린 ‘유쾌한 한·중·일 무비토크-영화 ‘수상한 그녀’로 보는 한·중·일의 공통성과 다양성’ 좌담회에서 ‘수상한 그녀’를 만든 황동혁 감독이 이렇게 운을 뗐다. 어느 날 스무 살로 돌아간 70대 할머니 오두리(심은경)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2014년 865만 관객을 모으며 국내에서 크게 흥행했고,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에서 리메이크되며 ‘꽃할매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판 주인공이 부른 ‘하얀 나비’
중국판선 덩리쥔 노래로 현지화”
“일본, 싱글맘 많고 여성관객 비중 커
모자 관계를 모녀 이야기로 바꿨죠”

 
황동혁 감독

황동혁 감독

역대 한국영화사상 가장 성공적인 원소스멀티유즈 콘텐트로 꼽힌다. 단순히 판권을 파는 것이 아닌,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거친 덕이다. 공동제작으로 한국측의 영향력을 확보한 것도 특징. 이날 좌담회에선 현지화 전략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세 감독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수상한 그녀’는 처음부터 중국판 제작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프로젝트로 대성공을 거뒀다.

‘수상한 그녀’는 처음부터 중국판 제작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프로젝트로 대성공을 거뒀다.

중국 버전 ‘20세여 다시 한 번’을 만들어 1200만 관객을 모아 한·중 합작영화 흥행 최고 기록을 세운 레스티 첸 감독은 ‘이야기의 힘’에 주목했다.
 
레스티 첸 감독

레스티 첸 감독

그는 “저희 어머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본 유일한 작품일 정도로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며 “중국은 무척 넓어 지역마다 문화가 다름에도 분명 공감을 일으킬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타베 미카코가 주연을 맡은 일본판. 코미디 감각이 돋보였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타베 미카코가 주연을 맡은 일본판. 코미디 감각이 돋보였다.

일본판을 연출한 미즈타 노부오 감독 또한 “피를 나눈 부모 자식 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 ‘인생을 다시 스무 살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판타지 등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점차 이 이야기가 특히 가족애가 강한 아시아에서 통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주인공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날 보게 되는 배우의 사진을, 한국 배우에서 오드리 햅번으로 바꾼 것도 해외 시장을 감안해서였다”고 털어놨다.
미즈타 노부오 감독

미즈타 노부오 감독

관건은 이야기의 핵심 줄기는 그대로 두되 세부 가지를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바꾸는 일이었다. 원작에서 오두리가 옛 한국 가요를 부른다면, 중국판에서는 그곳의 ‘국민 가수’ 덩리쥔의 노래가 나오는 식이다. 첸 감독은 또 “중국에선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에 원작에서처럼 남매를 등장시킬 수 없어 고심 끝에 쌍둥이로 설정했다”며 ‘중국화’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원작과 여러 리메이크작이 모자 관계를 그린 데 비해, 일본판이 모녀 관계로 바뀐 것도 ‘현지화 전략’의 하나다. 노부오 감독은 “일본에선, 영화에서처럼 싱글맘이 많은 데다 대부분 관객이 여성이다. 모녀 관계가 더욱 감동을 줄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CJ E&M 영화사업부문 정태성 대표는 “‘한국 스토리의 매력’에 각국의 문화를 녹여 그곳의 인기 배우로 영화를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라며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을 넘어 전략적 세계화가 필요한 때에, 제대로 성공한 사례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한편 ‘수상한 그녀’의 베트남판 ‘내가 니 할매다’는 올 초 베트남 영화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며, 태국판과 인도네시아판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2018년 개봉 예정으로 영어와 스페인어 버전 제작도 확정됐다. 이로써 ‘수상한 그녀’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등 총 8개 언어로 제작되는 세계 최초 영화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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