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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인구감소를 ‘기회’로 보는 다른 시각

중앙일보 2016.11.21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최두환 포스코 ICT 대표이사

최두환
포스코 ICT 대표이사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1970~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문구다. 그때는 인구 증가가 큰 사회문제였다. 산아제한을 위해 정부에서 정관수술까지 해주고, 시골에 가족계획 요원을 파견해 피임을 장려하기도 했다.

불과 30여 년이 지난 지금 “2305년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북핵보다 더 무서운 게 저출산”이라며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한다. 저출산을 막기 위해 각종 정책이 입안되고, 22조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이 집행된다. 수십 년간 누려온 ‘인구보너스 시대’가 끝나고, ‘인구오너스 시대’가 온다고 난리다.

이런 상반된 얘기를 들으면서 걱정스럽고 한편 당황스럽다. 인구 증가와 감소, 이에 따른 사회 영향은 그 예측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감소로 고민했던 유럽 사례만 봐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과거에는 그런 난리를 치더니 지금은 이런 난리를 치는 우리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한편으로는 인구감소에 대한 지금의 우려가 과연 옳은 것인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70~80년대에도 인구증가가 문제라고 전문가들이 매우 학문적, 논리적으로 얘기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인구감소가 가져올 문제에 대해 그때 마냥 나름의 논리로 이야기한다. 그 문제들은 대부분 경제에 관한 것이다. 인구가 줄면 생산과 소비가 감소해 경제가 축소되고, 늘어난 고령인구를 부양할 사회재원이 부족해지고, 세수감소와 국가부채로 이어져, 나라가 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해법으로 출산율 제고 이민정책 확대 등 인구증가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인구 문제 전체를 제대로 보고 있는 시야인지, 그리고 해법이 과연 그것뿐일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인구가 줄어도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그 늘어난 생산성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성장시킬 수는 없을까? 그 늘어난 사회적 부로 복지를 유지할 수는 없을까? 인구가 줄어들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국가가 부담할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낭비되는 자원도 적어져, 바람직한 미래사회로 나아 갈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 『인구쇼크』로 유명한 앨런 와이즈먼 교수에 따르면,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것은 인구폭발이지 인구감소가 아니다. 인구가 줄어도 1인당 소득은 감소하지 않으며, 인류의 복지나 여유있는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적정 수준의 인구감소라고 주장한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을 역임한 실라 베어 미국 워싱턴대 총장도 인구가 줄면 실업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 한다.

이것이 가능 하려면 인구감소에 따른 총체적 생산 부족을 개개인의 생산성 향상으로 채울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지금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이 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생산성 향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루면 개인 생산성은 훨씬 높아져 인구감소에 따른 생산 감소를 채우고도 남을 수 있다. 또한 적은 자원을 투입해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어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수많은 현재의 일자리가 앞으로는 없어질 것이라 걱정한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는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된다.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는 더 높은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갖춘 것이기에 이것이 창출하는 부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부가 생산돼, 그 잉여가치로 노령 인구를 부양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된다. 아울러 인구가 감소하면 자원낭비 환경파괴도 해결하기 쉬운 사회문제가 된다.

인구감소를 단순히 어두운 미래 로만 볼 것이 아니다. 인구감소와 제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결합하면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더 작은 자원으로, 더 많이 생산하면서, 더 나은 지구를 만드는 미래가 가능해진다.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보는 눈이 옛 사고, 옛 습관, 옛 방식 그대로라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운 상황에서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할 것이다.


최 두 환
포스코 ICT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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