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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덮친 최순실 후폭풍…내년 사업계획·인사 올 스톱

중앙일보 2016.11.21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란 변수를 만난 재계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연말 인사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으로 바쁠 시기에 검찰 수사가 겹치면서 주요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 임원에 이어 총수까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경영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수뇌부 줄소환 사태에 경영 공백
삼성, 2008년 특검 사태 재연 우려
롯데 쇄신 방안, 한화 M&A도 암초
CJ “내년 1분기까지 사실상 마비”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진에 대한 수사 대응이 제1 업무가 되면 신규 사업과 투자계획 수립 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주요 일정을 미룬 채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 발표하는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데다, 정유라씨 승마 훈련비 지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만큼 사건 파장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삼성 특검으로 이어졌던 2008년에도 사장단 인사를 하지 못하고 연기했다. 올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예정대로 12월 인사를 하더라도 ‘이재용 시대’의 등장을 알리는 대대적 쇄신보다 상징적인 수준에서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요청에 70억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롯데도 비슷한 처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달 말 사장단 회의를 진행한 뒤 다음달 중순 이후 인사를 낼 예정이었는데 인사 일정이 어그러졌다”며 “신동빈 회장이 밝힌 ‘뉴롯데’ 쇄신안에 따른 컨트롤타워 개편은 내년 상반기에나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6조원씩 꾸준히 투자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던 대규모 인수합병(M&A) 행보도 올 스톱한 상태다. 한화 관계자는 “평상시라면 내년 신규 투자계획을 수립해야할 시기지만 검찰 수사가 회사를 향하는 건 아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투자도 공격적으로 못 잡고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재현 회장 사면 이후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오던 CJ도 암초를 만났다. CJ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막 살아나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특검에 들어가면 최장 100일까지 수사가 이어진다. 내년 1분기까지 사실상 경영이 마비된 상태”라고 털어놨다.

포스코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권오준 회장의 연임이 불투명하다. 권 회장이 연임하려면 12월까지 포스코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사든 사업 계획이든 내년 1월은 돼야 윤곽이 나올 듯 하다”고 전했다.

경영진과 총수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SK 고위 관계자는 “인사는 다음달 중순 예정대로 한다. 다만 현재 그룹 안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연말 인사 폭은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 연말연초 인사를 진행할 계획인 현대차그룹도 승진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정기인사, 사업계획 수립은 별개다. 다만 고객이 소비를 망설이고 시장이 위축돼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끝나도 특검·국정조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경제가 정치 리스크와 맞물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다.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히더라도 기업 수사는 환부를 도려내듯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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