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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몸매 그대로 가장 매혹적인 뱀파이어

중앙선데이 2016.11.20 00:26 506호 24면 지면보기

영화 ‘언더 월드’ 중에서 케이트 베킨세일



사람 나이 마흔 중반이면 외모는 얼굴이 아니라 몸매가 말하는 법이다. 그건 여자나 남자나 다 똑같다. 얼굴은 (꼭 성형이나 보톡스까지는 아니어도 화장을 이용해서) 어떻게 해서든 세월의 흐름을 좀 가릴 수 있지만 몸매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까지 체중이나 몸매가 그대로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그걸 해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위대한 이름은 바로 여배우들인 것이다.


오동진의 그 남자 연출 그 여자 주연 -2- 언더월드 : 블러드 워

그 대표격이 케이트 베킨세일이다. 그녀의 ‘몸매 유지 비법’은 전수받아야 할 정도다. 베킨세일은 자신이 나오는 영화의 캐릭터와 그 의상 때문에 몸매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14년째 SF형 뱀파이어 영화 ‘언더 월드’ 시리즈에서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녀는 전신을 하나로 잇는 통가죽 의상 차림으로 등장한다. 남자들의 ‘피핑 톰’의 욕망을 자극하는 덕분에 이 영화는 극장 흥행보다는 VOD 서비스나 IPTV에서 부가 수익을 엄청나게 얻고 있다.

렌 와이즈먼과 케이트 베킨세일



그녀의 나이는 한국식으로 45살. 얼마 전까지 남편이었던 렌 와이즈먼의 꼬임에 넘어가 ‘언더 월드’ 1편을 찍은 것이 31살 때. 어쩌면 그녀는 14년 동안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살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렌 와이즈먼과는 2014년에 합의이혼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나. 이 시리즈가 그렇게나 전 세계적으로 흥행과 인기몰이를 하리라는 것을. 이혼을 했음에도 제작자와 여배우로서 이번 신작 ‘언더 월드: 블러드 워’를 찍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배우 나이로 40대 중반은 뒤로 가는 시기지만 같은 나이의 감독이라면 오히려 상승 기류를 탈 때다. 베킨세일과 동갑내기인 렌 와이즈먼 감독이 딱 그런데, 지금 할리우드에서 상업적인 장르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재능이 남다른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폴 버호벤의 걸작을 리메이크한 ‘토탈 리콜’(2012)의 연출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남다른 SF적 상상력을 할리우드가 높이 사고 있기 때문이다. ‘토탈 리콜’에서도 와이즈먼은 베킨세일을 기용했는데, 원작인 1990년작에서 샤론 스톤이 맡았던 팜므 파탈 역을 그녀에게 맡기고 있다.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 하드4’(2009)도 와이즈먼의 작품이다.



와이즈먼은 연출도 연출이지만 기획과 제작면에서도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영화를 메이킹 하는 데 있어 전반적인 역할을 다 소화해 낼 줄 안다는 얘기다. 상업영화를 만드는 ‘꾼’인 셈이다.



 



[뱀파이어 대 라이칸, 특권층과 피억압층의 대결]



‘언더 월드’ 시리즈가 전적으로 케이트 베킨세일의 ‘몸매=티켓 파워’에 기댄 감이 있지만, 2003년 첫 작품 그러니까 1편이 나왔을 즈음에는 렌 와이즈먼이 구축해 낸 이야기의 신선함에 눈길이 갔었다.



지하 세계에 엄연히 뱀파이어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가 그랬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인류는 등장하지 않는다. 세상이 이미 언더 월드화 됐다는, 음습한 어둠의 세상이 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류 이전의 태고적 얘기라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 구분과 경계를 뭉갠다. 인류 이전이라고 보기에 이들이 쓰는 병기(兵器)나 각종 시설, 의료 환경 등등이 지나치게 첨단화 돼있다. 그러니까 인류는 이미 싹 사라진 시대의 얘기라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건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 영화의 매력은 그런 지점에서 찾아진다. 의도적으로 인간이란 존재를 지워 버리거나 무시하는 것인데,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인간 세계 곧 지상 세계는 일부가 드러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비(非)인간의 인간화’를 추구하는 셈이다. 즉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을 보다 인간의 유형에 근접하게 만들어서(사람처럼 생각하고 입고 말하며 무엇보다 사람처럼 사랑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인간이 원래 어떤 존재였던가, 더 나아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역발상으로 보여주려 한다. 무엇보다 인간이 아니라 뱀파이어가 중심이 된 세상은 과연 어떨까 하는 기이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언더 월드’ 시리즈다. 인간이 없어지고 뱀파이어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 그건 살 만한 것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지옥도일까. 영화를 보니 인간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해서 그리 평화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시리즈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인 라이칸 족과의 전쟁으로 일관한다. 뱀파이어들은 특권화된 계층이고 라이칸은 피억압 계층이다. 뱀파이어는 귀족처럼 입고다니고 라이칸의 복장은 보통 허름하거나 남루하다. 아예 웃통을 벗고다닐 때도 많다. 헐크가 변신하듯 이들도 전투에 임하게 되면 거대한 늑대로 변해야 하는데 옷은 거추장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마치 농노 시대를 연상시키는데, 결국 영화의 배경은 라이칸들이 뱀파이어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시작되고 있다.



전쟁이 오래되면 각 진영의 내부에 분열과 협잡, 야합과 자중지란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2003년 1편에 이어 2006년 ‘언더월드2: 에볼루션’과 2009년 ‘언더 월드: 라이칸의 반란’ 그리고 2012년의 ‘언더 월드4: 어웨이크닝’, 그리고 이번 ‘언더월드: 블러드 워’까지 줄곧, 어쩌면 다소 지루할 만큼 양자간의 싸움을 그린다(*2009년작을 3편이라 부르지 않는 것은 이게 일종의 외전이자 프리퀄이기 때문인데, 여주인공도 케이트 베킨세일이 맡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편에서는 베킨세일 대신 로나 미트라가 맡았다. 둘은 특이하게도 닮은 구석이 많다. 미트라는 ‘둠스 데이: 지구 최후의 날’로 기억되는 배우다. 아마 이때부터 남편이자 제작자, 감독인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흥행과 비흥행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더 월드’ 시리즈의 기둥 줄거리는 뱀파이어 여자 셀린느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뮤턴트(mutant·돌연변이) 마이클의 러브 스토리다. 셀린느는 가공할 힘을 갖게 될 마이클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모두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데, 셀린느는 그 때문에 자기 종족으로부터 배척을 받게 된다.



둘의 사랑은 4편 ‘어웨이크닝’에서 정점을 이룬다. 마이클의 존재가 행방불명인 상태에서 셀린느는 그와의 사이에 낳은 딸 이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해 있는 걸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셀린느의 이성에 대한 뜨거운 사랑에서 아이에 대한 깊은 모성애의 감정으로 넘어간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목숨을 초개처럼 걸고 싸운다.



아이를 낳았음에도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의 몸매는 전혀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 마른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날렵한 몸매로 공중을 붕붕 날아다니며 은탄환이 든 쌍권총을 휘갈겨 댄다. ‘언더 월드’는 바로 이거면 된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다. 영화가 더 어려워져도 외면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조금이라도 허술해지면 단박에 비판받을 것이다. ‘언더 월드’ 시리즈는 여전사 셀린느가 두 종족 사이에서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똑같이, 늘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게 이 영화 시리즈의 역설적인 매력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에는 여전사 계보가 있다. 1980년대에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린다 해밀튼이 여전사였다. 1990년대에는 ‘이들 종족’이 살짝 사라졌다가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케이트 베킨세일이 한 켠에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금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에밀리 블런트 등 신세대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긴 하지만.



케이트 베킨세일의 ‘언더 월드’는 언제까지 이어지게 될까. 그건 어디까지나 베킨세일의 가죽 옷 몸매가 언제까지 살아 있는 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10년 정도는 같이 갔으면 좋겠다. 많은 남성 관객들의 바램이기도 할 것이다. ●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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