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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대통령 국정 농단 혐의 분명히 적시하라

중앙일보 2016.11.18 19:00 종합 30면 지면보기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세 사람에 대한 공소장 작성에 들어갔다. 검찰은 최씨의 구속영장 만기일인 20일 이들을 일괄 기소키로 했다. 검찰은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 유무는 피의자들의 진술과 지금까지 확보한 물적 증거를 종합해 객관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중요 참고인이자 범죄 혐의가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사실상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볼 수 있다. 이런데도 박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를 외면한 채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만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바보 천치로 보는 뻔뻔한 자세다. 박 대통령은 다음주에라도 검찰의 조사에 응해야 할 것이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2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2013년 7월 노태강 국장을 인사 조치한 것은 그를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한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외국으로 쫓아낸 것도 박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것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진술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개인 감정으로 공무원을 자르고, 사기업 인사에 개입한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나 다름없다.

국회가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통과시키면서 박 대통령 조사에도 실패한 검찰은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이뤄지기까지 10여 일이 남은 만큼 검찰은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을 작성할 때 박 대통령의 혐의를 분명히 적시해 줄 것을 촉구한다. 법원도 검찰의 공소장이 접수되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내용을 공개키로 한 마당에 무엇을 망설일 것인가. 대통령이 중심에 선 전무후무한 국정 농단과 헌정 문란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허탈해하는 국민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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