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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분단 한국 정부 "'안보'가 구글지도 '편익'보다 우선"

중앙일보 2016.11.18 16:14
정부가 구글의 지도 국외 반출 신청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정밀한 디지털 지도정보가 해외로 유출될 경우 안보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도 국외반출 협의체' 심의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구글에게 위성지도 영상 중 국내 주요 시설에 대해 블러(blur·흐리게) 처리해달라고 제시했으나 구글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아 불허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도 국외반출 협의체에는 국토교통부(국토지리정보원)와 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자치부·산업통상자원부·국가정보원 등 7개 정부 기관이 참여했다.

정부는 내·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없는 공간 정보 개방을 통해 사물인터넷, 자율자동차 등 신기술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구글 측의 입장 변화 등으로 재신청이 있을 경우 지도반출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결정에 대해 구글은 "구글도 안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련 법규 내에서 가능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글은 "신기술 발전 등에 관한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한국에서도 구글지도 서비스의 모든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도데이터 반출시 안보 위협이 커진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글로벌 위성지도 유통 업체들이 이미 한국 보안시설이 노출된 위성지도를 서비스하고 있어, 구글은 그 지도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라며 "이미 유통되고 있는 위성지도에 자체적인 수정을 하지 않는다는 구글의 서비스 원칙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미국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관전 포인트였다.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가 구글 지도 반출 문제를 통상 이슈로 연결시킬 것을 정부 측에서 우려한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병남 원장은 "(협의체 회의에서)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현재 미국에서 구체적인 압력 등이 나타나진 않은 상태"라며 직접적인 영향은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에 따른 우려도 협의체 내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해) 앞으로 (우리가) 많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했다"며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압력이 다른 국가보다 평균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란 측면에서 나온 얘기이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구글은 지난 6월초 축척 5000분의 1의 국내 디지털지도를 해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구글 본사를 비롯해 전 세계 15곳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반출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구글은 "구글의 글로벌 데이터센터에서 한국 지도 데이터를 반영해야 국내에 구글 지도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구글 지도를 한국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여행과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등 국내 콘텐트 산업과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도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지도 국외반출 협의체가 회의를 열어 논의했지만 당초 결정 시한이었던 8월 말 결론을 내리는 데 실패, 정부는 결정 시한을 11월 23일로 연장했다. 시한이 연장된 이후 국토부 요청에 따라 구글의 본사 임원이 지난 10월 국토부를 방문해 설명하는 등 협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글과 다른 부처와의 접촉은 없었다.

 
구글 지도반출, 팽팽했던 찬·반
구글이 8년 만에 지도데이터 해외반출을 다시 신청하면서 정부 결정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높았다.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의 80% 이상을 장악한 구글의 안드로이드OS가 글로벌 산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구글 지도 서비스의 주요 기능 중 상당 수가 작동이 되지 않고,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차량용 OS인 안드로이드오토도 국내 자동차에선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반대 여론에서는 정부가 우려한 안보 문제 외에도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구글의 조세 회피에 대한 국내외 반감과 네이버 등 국내 지도서비스 업체들의 반발이 컸다. 정치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도 구글의 지도반출을 반대했다. 지도 반출 이후 생성되는 각종 부가 데이터에 대해 정부나 개인 사용자가 관여할 수 없는 현행 법령을 그대로 둔 채 지도데이터를 해외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밀 디지털지도를 기반으로 한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육성이 더 필요하다는 산업계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지도반출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내수용 서비스에 그친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 지도서비스에 대한 지나친 보호라는 비판도 나왔다. 2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해외 사용자들이 국내에서 네비게이션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글 지도 때문에 겪어야할 불편 등을 고려하면 관광 서비스 산업 측면에서 손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지난 7월 네이버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외국인 대상 지도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서비스로 해외 사업을 하려는 국내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국내용 버전과 글로벌 버전을 이중으로 만들어야 하는 등 부담이 큰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7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국내에 큰 인기를 끌면서 구글 지도 반출 여론이 잠깐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포켓몬고의 경우 개발사인 나이언틱랩스에서 구글지도와 무관하게 한국 내 포켓몬고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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