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 "아베와 멋진 우정 시작"…서로 골프용품 선물

중앙일보 2016.11.18 11:30
트럼프(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왼쪽), 아베(일본 총리)

트럼프(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왼쪽), 아베(일본 총리)

“신뢰관계를 쌓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회담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외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회담한 뒤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를 찾아 트럼프 당선인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등을 1시간 30분 동안 만났다. 회담은 당초 1시간 예정돼 있었다.

아베는 회담을 끝낸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둘이서 정말 천천히, 차분하게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얘기를 했다. 매우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할 수 있었다”며 “나는 나의 기본적인 생각을 말했다. 다양한 과제에 대해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통령은 아직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하지 않았고 이번은 비공식 회담이어서 내용을 말하는 것은 삼가겠지만 두 사람의 형편이 좋을 때에 다시 만나 한층 더 넓은 범위에서 더욱 깊은 얘기를 나누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개별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지만 동맹이라는 것은 신뢰가 없으면 기능하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아시아·태평양지역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계속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결하다는 견해를 표명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탈퇴 입장을 고수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회담은 내년 1월 새 정부 발족 이전부터 양국 정상간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큰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순조로운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도 “이번 회담의 큰 목적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을 만나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었다”며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에서 아베 총리의 생각을 전했기 때문에 개별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계속 양국에서 협의하게 된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골프 클럽을 선물로 전달했다. 트럼프도 아베에게 셔츠 등 골프용품을 건넸다. 두 사람은 골프 애호가로 유명하다. 골프라는 공통 취미가 신뢰관계 구축에 더욱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두 사람이 서로 골프용품을 전달한 것은 우연의 일치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담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아베 총리와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아베 신조 총리가 내 집을 찾아와 멋진 우정을 시작하게 돼 즐겁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사진 트럼프 페이스북]

[사진 트럼프 페이스북]

NHK는 “일본 총리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자와 대통령 취임 이전에 회담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외무성에 따르면 적어도 2000년 이후 이런 예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9일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29개국 지도자와 전화통화를 했지만 직접 만난 국가 정상은 아베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당초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사양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19~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뉴욕에 잠깐 들러 트럼프를 만난 정도로 이번 회담이 비쳐지기를 바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앞으로 2개월 가량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두 명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배려의 뜻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로서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키며 트럼프 당선인과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 정부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직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식 정상회담도 추진할 계획이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