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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도 우승했는데, 저도 아시아챔피언 돼야죠”

중앙일보 2016.11.18 04:30 종합 24면 지면보기
‘라이언 킹’ 이동국(37)은 요즘 가장 바쁜 축구 스타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선 스트라이커로 활약 중이고, 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5남매와 함께 출연 중이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선 12골을 넣으며 득점랭킹 7위에 올랐다.

전북 닥공축구 이끄는 이동국
“마지막일지 모를 아시아챔스 결승
K리그 준우승 아쉬움 풀고 싶어”
테니스 대회 휩쓰는 딸 재아
“아빠보다 트로피 많이 따고 싶어
윔블던서 발리슛 세리머니 할래요”

1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알 아인(아랍에미리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을 앞두고 있는 이동국을 지난 11일 전북 완주의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이동국은 올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프로축구 전북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왼쪽)과 테니스 선수인 딸 재아. 전북 공격의 선봉장인 이동국처럼 재아도 공격적인 테니스를 펼친다. [사진 테니스 코리아]

프로축구 전북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왼쪽)과 테니스 선수인 딸 재아. 전북 공격의 선봉장인 이동국처럼 재아도 공격적인 테니스를 펼친다. [사진 테니스 코리아]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선 마지막 우승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어요.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죠. 예전에 제가 골을 넣었던 비디오를 돌려보면서 골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동국은 전북 ‘닥공(닥치고 공격)축구’의 선봉장이다. 전북은 지난 7일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FC서울에 패하며 서울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전북은 2013년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파문으로 승점 9점 감점의 징계를 받았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지면서 K리그 3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이동국은 “잘못이 있다면 팀 전체가 같이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얼마 전 택시를 타고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길에 나이가 지긋한 택시기사 분께서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해주셨다. 그 분의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우리 팀은 올 시즌 33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다. 비록 기록 상으론 우승을 내줬지만 마음 한 켠에는 우리가 우승팀이란 자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K리그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친 그의 눈은 이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향한다. 전북은 2006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한다.

전북은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알 사드(카타르)에 승부차기 끝에 졌던 아픈 경험이 있다. 알 아인에는 ‘아랍의 메시’라 불리는 오마르 압둘라흐만(25)과 한국의 미드필더 이명주(27)가 뛰고 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최다골(30골) 보유 기록을 갖고 있는 이동국은 “딸 재아가 최근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나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잘 알려진 대로 5남매의 아빠다. 2005년 미스 하와이 출신 이수진(37)씨와 결혼한 이동국은 쌍둥이 딸 재시·재아(9)에 이어 다시 설아·수아(3) 딸 쌍둥이를 낳았다. 그리고 막내아들 시안(24개월)을 얻으면서 다둥이 가족의 가장이 됐다.

큰 딸 재아(CMIS 캐나다 국제학교 3학년)는 아빠의 운동 신경을 그래도 물려받았다. 7세 때부터 테니스 선수로 활약 중이다. 재아는 지난 6월 제46회 회장배 전국여자테니스대회 10세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7월엔 제51회 전국주니어테니스선수권대회 여자 10세부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동국은 “난 재아 나이 때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면서 놀았는데 재아는 한 살 많은 초등학교 4학년 언니들을 제치고 우승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빠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것처럼 재아도 테니스 코트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 스트로크가 주무기다. 이동국은 “재아의 롤모델은 세리나 윌리엄스(35·세계랭킹 2위)다. 윌리엄스처럼 서브를 ‘빵’ 때린다. 경기 스타일도 ‘모 아니면 도’ 식이다. 아직은 보완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K리그에서 통산 192골을 터뜨린 이동국은 부상을 당하면 잘 때도 아이싱을 하는 독종이다. 이동국은 “재아는 ‘테니스 그만하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더라. 재아는 경기에서 지고 돌아오면 악에 받쳐 운다. 그럴 때면 ‘경기장에서 웃으려면 연습장에서 울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준다”면서 “어느날 재아가 발목을 다치고 집에 왔길래 상처 투성이인 내 발을 보여줬다. ‘물집이 잡히면 바늘로 찔러 터뜨려 낫게 하는 과정을 200번 이상 반복해야 이렇게 굳은 살이 생긴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이동국은 2014년 9월 코스타리카와의 대표팀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재아를 위해 ‘테니스 스트로크’ 세리머니를 펼친 적이 있다. 이동국은 “재아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하면 아빠의 전매특허인 발리슛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승을 많이 해서 아빠보다 많은 트로피를 갖는 게 재아의 꿈”이라고 말했다. K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네 차례 수상한 이동국은 “언젠가 재아가 국제대회 코트에 서는 날이 오길 바란다. 온 가족이 함께 현장에서 응원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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