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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버티는 대통령 앞, 또 분열한 야 3당

중앙일보 2016.11.18 02:33 종합 1면 지면보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이 17일 또 한 번 분열상을 노출했다. 이날 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긴급 회동해 시국수습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결과는 맹탕이었다.

3당 대표 긴급 회동했지만
시국수습책은 못 내놓아
퇴진서명 등 '맹탕 합의'뿐

회동을 시작할 때 각 당 대표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추미애 대표=“우리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 아래 야 3당 대표들이 만났다. 공조를 위해 절제도 하고 마음도 비울 때다. 저도 통 크게 마음을 풀겠다. 권능을 상실한 대통령, 부역자 새누리당은 기능도 잃고 마비돼 있다. 국정 실타래를 푸는 게 야당이 할 일이다.”

▶박지원 위원장=“1980년대 ‘서울의 봄’, 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경험한 국민은 오늘 우리 야 3당의 모습을 굉장히 주시할 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야권 분열로 신군부의 등장을 막지 못했던 역사, 6월 민주화운동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포함한 6·29선언을 쟁취했으나 정작 그해 대선에서 야권 분열(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 정권 탄생을 지켜봤던 경험을 떠올린 발언이었다.

▶심상정 대표=“잔뜩 웅크리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이 반격을 시작했다. 작은 이해, 복잡한 계산, 주도권을 다 내려놔야 한다. 국민은 야당의 단일한 수습방안,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후속조치를 가장 절실하게 바랄 것 같다.”

하지만 한 시간의 회동 후 3당 대표가 발표한 합의사항은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 신분 조사 촉구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추천 공조 등이었다. 이미 각 당이 개별적으로 추진 중인 사항이거나 구호에 가까운 내용들이었다. ‘빈손 회담’이란 평가를 면키 어렵다. 회동에서 추 대표는 야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 개최 카드를 꺼냈다고 한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각 당의 생각에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야당 대선주자 20일 회동
박 위원장은 회동에 앞서 기자들에게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말대로 박 대통령은 100만 명이 촛불집회에 나오면 4900만 명이 자신을 지지하고, 200만 명이 나오면 4800만 명이 지지한다고 생각할 사람”이라며 시민사회와의 연대에 소극적이었다. 박 위원장은 “여야 대표와 박 대통령이 만나는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고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추 대표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고 했고, 심 대표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결정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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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 직후 야권에선 “이런 위중한 시기에 도대체 이런 합의를 하려고 야 3당 대표가 만났느냐”는 말이 나왔다.

뒤늦게 야당 대선주자들이 민심에 떼밀려 20일 오찬 회동을 하기로 한 게 그나마 야권 내에서 진전이라면 진전이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오찬 회동 제안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단 호응했다. 하지만 3당 대표들은 카메라 앞에서 좋은 말은 다 해 놓고도 ▶작은 이해 ▶복잡한 계산 ▶주도권을 쥐려는 욕심을 끝내 던져 버리지 못했다.

차세현·안효성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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