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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가 있을 땐 구조상 최씨 못 나섰는데, 이혼 뒤 잡음 나와”

중앙일보 2016.11.18 02:30 종합 2면 지면보기
최순실 국정 농단 전 남편 정윤회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선임보좌관)을 지냈던 정윤회씨가 전 부인 최순실씨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충신과 간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선임보좌관)을 지냈던 정윤회씨가 전 부인 최순실씨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충신과 간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최순실

최순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알려졌던 정윤회(62)씨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정씨는 7, 10, 11월 세 차례에 걸친 월간중앙과의 70분간 전화 통화에서 “다 잊고 시골로 내려왔다”면서도 최씨와 이혼한 게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방법론에 대한 의견 차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화 내내 박 대통령을 “그분”이라고 호칭했다.

월간중앙에 70분간 심경 토로
충신과 간신은 종이 한 장 차이
적어도 일할 땐 대통령에게 직언

정씨는 박 대통령과 함께 1970년대 구국봉사단을 이끌던 최태민씨의 딸 순실씨와 95년 결혼했다. 98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박 대통령을 도왔으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을 직접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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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나.
“집 앞에 취재진이 진을 쳐서 집에 못 들어간 지 몇 주 됐다. 지금은 조용히 머리 식힐 곳에 와 있다.”
2014년 최씨와 이혼한 후 강원도로 내려갔다고 들었다.
“내가 조용히 사는 건 딴 게 아니다. 그분이 잘 마무리하셔야 나도 나중에 인정받지 않겠나? 그리고 지난번에 얘기했듯이 주변에 적(敵)만 있다. 그래서 다 정리하고 시골로 왔다.”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없나.
“도와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내가 뭐라도 좀 알았다면 도와줄 수 있겠지만. 난 정말 오래전에 손 놓은 문제다.”
배우자였는데 마음 아프지 않나.
“얘기하고 싶지 않다. 충신과 간신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살다 보면 기본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 크게 실패할 일이 없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최씨가) 수사를 성실히 받는 게 중요하다.”
이화여대 입학 건 등으로 외동딸 유라씨까지 도마에 올랐다.
“어쩌겠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밖에 없지 않나.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서 불가능하다.”
최씨의 국정 농단에 정윤회씨도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결혼해서 함께 살았으니까 그렇게 의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혼 후 나는 숨길 게 없다. 굳이 최씨와 선을 긋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말이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한번 가지고 와라.”
 
야 3당은 최순실 게이트 특검과 관련해 2014년 11월의 ‘정윤회 문건 파동’도 수사 대상에 넣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 건(件)과 관련해서는 감출 것도, 감춰야 할 것도 없다. 오직 그분이 잘되길 바라서 칩거하고 있을 뿐인데 남들은 내가 마치 무슨 죄가 있어 숨어 지내는 줄 의심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전 아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관련 없고 아는 바도 없다. 그저 내 업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말까지 나온다.
“누구보다 안타까운 사람이 나일 것이다. 그분이 처음 정치권에 들어올 때부터 같이 일했다. 그때는 보좌진이 나 혼자였다. 그분의 심적 고통을 옆에서 묵묵히 지키며 ‘죽겠다’는 각오로 모셨다. ”
 
박 대통령을 어떻게 모셨길래….
“사업 등 꿈도 있고 그럴 나이에 그분을 돕기로 결심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때는 박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 시절이라 그분 옆에 있으면 다들 죽는 줄 알았기 때문에. 하지만 남자로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건 너무하다. 약한 여자인데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그래서 그때 엄삼탁(98년 대구 달성 선거 출마 후보)씨와 두 번을 붙었다. 운전하는 친구랑 둘이 찾아가 담판을 짓고 그랬다.”
그런 충정이 생긴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내 성격이 좀 남자다운 편이다. 약한 여자를 보면 지켜주고 싶은…. 당시 그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았다. 옛날에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문제가 그분을 힘들게 했다. 그걸 지켜보면서 어떤 공명심이 생기더라. 그 마음 하나로 충성을 다했다.”
당시 박 대통령을 어떻게 모셨나.
“나는 적어도 일할 때는 박 대통령께 직언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그런 상황을 굉장히 어려워했다. 그 정도로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정직하게 일했다. 솔직한 얘기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라고는….”
지금 재산이 별로 없나.
“뭐, 의미 없는 얘기니 그냥 넘어가자. 지금은 이 모양이 됐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남자로서 잘 살지 않았나? 내가 보좌했을 때는 한 번도 법적인 잡음이라든지 지금처럼 나락으로 떨어진 적이 없으셨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그분을 모시기 전 대한항공에서 10년간 일했지만 그때도 문제가 없었다.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만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특히 박 대통령을 모셨을 때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도 불면증 때문에 잠을 못 잔다. 과거에는 새벽 3시 전에 자본 적이 없다.”
결혼생활 동안에도 최씨가 도 넘는 행위를 저질렀나.
“내가 있을 때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었다. 내 앞에서는 그런 일을 벌일 수 없었다, 구조상…. 무엇보다도 내 성격에 그런 걸 인정 못하니까. 지금처럼 잡음이 나오게 된 건 이혼 뒤 (최씨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다.”
이혼은 왜 했나.
“남녀가 이혼하는 이유가 뭐 따로 있겠나…. (침묵) 서로 좋은데도 헤어졌다면 거짓말이고. 이혼 당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박 대통령을 모시는 데 이견이 있었던 게 이혼 사유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이유도 있었다. 그분을 보좌하는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신뢰받는 모습을 보고 최씨가 질투했다는 소문은 사실인가.
“그런 것도 있었다. 초창기 때부터 ‘거기’에 몸담고 있을 때는, 뭐 하여튼… 나를 질투하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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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 파동 때 일선에서 갑자기 밀려났다는 설이 있다.
“억울한 건 없다, 왜냐면 억울한 게 있으면 법에 저촉되거나 어떤 문제가 있었겠지. 할 말은 많지만 지금 나서면 그분께 누가 될 거라 생각한다. 소나기 그치고 날씨 개면 천천히 지난 일을 얘기하고 싶다. (검찰에서) 결론이 나야 할 말도 하는 거지. 언젠가는 말할 날이 올 거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는 “요즘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돌이켜보면 그동안 난 돈키호테 같은 삶을 살았다”며 “대통령께서 (검찰) 조사받는 건 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겠나. 결과에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시면 된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인터뷰 전문은 18일 발간되는 월간중앙 1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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