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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인정한 ‘의사의 설명 의무’ 법사위서 제동

중앙일보 2016.11.18 01:46 종합 12면 지면보기
배우 지망생 A씨가 유방확대·코 등의 성형수술을 받은 뒤 광대뼈에 이상이 생겼다. 고정 나사가 부러진 게 발견돼 재수술한 뒤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6월 “광대 수술 고정 장치가 파손되거나 풀릴 수 있다는 내용이 수술 동의서에 없고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증거가 없다”며 500만원 배상 판결을 했다. 환자 손을 들어준 이유는 의사의 설명 부족이다. 재판부는 “높은 정도의 설명의무가 요구되는 미용성형수술은 수술 방법, 필요성, 후유증을 구체적이고 충분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이처럼 환자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는 의사를 처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제2소위원회로 16일 회부했다. 이 법안은 김승희(새누리당)·윤소하(정의당) 의원이 제출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법사위로 넘어왔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대법원 판례로 인정되고 있으나 현행 의료법에는 없다. 2007년 복지부가, 19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입법을 시도했지만 의사단체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날 법제위의 결정으로 개정안에 제동이 또 걸린 것이다.

수술법·부작용 등 알리고 서면 동의
안 지키면 징역·벌금·면허정지 규정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사가 수술 등을 할 때 환자에게 설명해 서면동의를 받고 사본을 주게 돼 있다. 진단명, 검사·수술·마취 등의 방법, 의사 이름, 부작용 등을 설명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 1년 이하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돼 있다. 김승희 의원은 “최근 3년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조정한 수술 150건의 최다 과실 원인이 설명 미흡”이라며 “설명의무 규정이 없어 설명을 못 듣고 진료받거나 ‘유령수술(대리수술)’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 법이 의료인의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은 불친절한 의사를 교도소에 보내라고 하는 법”이라며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다. 김 의원은 “손해배상 판결에 나와 있는 것인데,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는 “설명은 진료 계약의 기본적 의무이자 생명배려다. 의사가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며 “법원에서 인정하는 판례를 법 조문에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오스트리아는 설명의무 위반 의사를 6개월 징역형이나 360일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독일은 2013년 민법을 바꿔 설명의무 입증 책임을 의사 로 돌렸다”고 말했다.

이날 법사위에서 약품·의료기기 거래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약사, 제공하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의 처벌을 2년 징역에서 3년 징역(벌금 3000만원은 동일)으로 올리는 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의사 처벌을 담은 의료법은 통과하지 못했다. 약사보다 리베이트를 더 많이, 자주 받는 의사는 2년 징역형, 약사는 3년 징역형을 받게 됐다.

약사·제약회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한 의원은 김진태 의원, 윤상직 의원(새누리당), 금태섭 의원(민주당), 이용주 의원(국민의당) 등이다. 이들이 제 2소위원회 위원(김진태 의원이 위원장)이어서 법사위 통과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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