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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글로컬] ‘선심성 예산’ 없앤다던 충북도의회, 빈말이었나

중앙일보 2016.11.18 01:14 종합 21면 지면보기
최종권 내셔널부 기자

최종권
내셔널부 기자

지방의회 개혁 일환으로 “선심성 예산을 요구하지 않겠다”던 충북도의회의 약속이 빈말이 됐다.

명확한 사업계획서 없이 집행됐던 이른바 ‘도의원 재량사업비’를 2년 전 폐지한다고 하더니 이와 유사한 예산을 충북도가 우회 지원했기 때문이다.

17일 충북참여연대에 따르면 충북도는 지난해 소규모 지역사업비 명목으로 도의원 한 명당 약 1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같은 명목의 사업비가 도의원 31명(비례대표 3명)에게 1인당 1억5000만원씩 총 46억5000만원이 지원된다. 지난달 도의원들에게 수요조사를 받아 해당 지역 단체장과 협의를 거친 뒤 11개 시·군, 28개 도의원 지역구에 일제히 교부될 예정이다. 충북도는 “법적 경비를 목적에 맞게 지원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재량사업비가 부활했다”고 주장했다. 도의원 옛 재량사업비의 정식 명칭은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다. 하지만 예산 대부분이 도의원 지역구 경로당 비품 구입 등 민원처리 용도로 쓰여 ‘묻지마 예산’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전국의 지방의회 대부분이 2012년 이후 재량사업비를 폐지했다. 충북도의회도 2014년 12월 이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이전까지 해마다 재량사업비로 의원당 약 3억원씩 지원받았다.

충북도가 지난해부터 지원한 소규모 지역사업비는 그 쓰임새를 놓고 볼 때 옛 재량사업비와 유사하다. 사업 대부분 마을 안길 조성이나 동네 하천 정비, 농로 포장 등 도의원 요구 사항이 반영됐다. 대부분 사업의 우선 순위를 고려하지 않은 도의원 생색내기용 사업에 쓰인다. 충북도는 없어진 재량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연간 300억원 정도의 도지사 특별조정교부금 일부를 사용했다. 일종의 꼼수다.

그 동안 지자체의 묻지마식 대규모 예산집행 사례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충북도의 지역 사업비 지원처럼 소규모 예산에 대한 주먹구구식 집행 관행은 아직도 남아있다. 충북도와 충북도의회는 단 돈 몇원이 들어가는 소규모 사업비라도 투명하게 배정할 수 있는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최종권 내셔널부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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