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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남녀 국악인들 ‘국악관현악단’ 띄웠다

중앙일보 2016.11.18 01:10 종합 21면 지면보기
“대지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어머니를 뜻합니다. 그 느낌을 살려서 연주를 해봅시다.”

전북서 20~30대 국악전공자 모여
“장르 상관없이 새로운 음악 하자”

지난 15일 오후 전북 전주시 여의동 전주공연예술연습공간. ‘다음(多音)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 강성오(35)씨가 남녀 국악 연주자 30여 명 앞에서 거문고 협주곡인 ‘대지의 노래’에 대해 설명했다. 생황과 소금·피리·거문고 등을 든 연주자들은 강씨가 작곡한 협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다음국악관현악단이 지난 5월 전주대사습놀이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 다음국악관현악단]

다음국악관현악단이 지난 5월 전주대사습놀이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 다음국악관현악단]

지난 2월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한 이 악단은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순수 민간 국악관현악 단체다. 전북에서 국악을 전공한 20~30대들이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새로운 음악을 해보자”며 악단을 꾸렸다. 단원들은 지난 4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이곳에 모여 연습해 왔다. 오는 22일 전주시 진북동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창단연주회를 위해서다. 이들은 ‘강물처럼 들꽃처럼’이란 주제의 창단 공연이 임박한 최근에는 매일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 합주 연습에 열성을 쏟고 있다. 저마다 직업과 소속은 다르지만 국악 대중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의기투합한 단체다.

최유정(28·가야금) 다음국악관현악단장의 본래 직업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국악 강사다. 다른 연주자들도 시립국악단원·대학 강사·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악단 이름인 ‘다음’에는 이들이 추구하는 국악의 방향성이 녹아 있다. 최 단장은 “다음에 다가올 문화를 지향하고,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겠다는 의미를 담아 악단 명칭을 지었다”며 “다음자리표는 높은음자리표와 낮은음자리표 사이에 있는 가온음자리표라는 의미로 음악의 중심이 되겠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악단은 만들어진 지 1년도 안 된 신생 단체이다 보니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다. 이 때문에 초청 공연을 통해 모은 돈으로 창단 공연을 준비 중이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홍보물 제작비나 공연장 규모도 줄였다. 모든 연주자들은 교통비와 식비만 받고 연주회를 준비한다. 사실상 단원들의 재능 기부 형태로 악단을 꾸리고 있는 셈이다.

강성오 지휘자 겸 예술감독은 “단원들이 젊은 만큼 기존의 관립단체들보다 개별적인 실력이 미숙할 수 있지만 음악적 앙상블과 호흡 면에선 더욱 단단하다”고 말했다. 다음악단은 창단연주회를 열기도 전부터 이미 여러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전주대사습놀이에서는 폐막 공연에 초청돼 ‘국악의 수도, 전주! 대동놀이!’ 무대를 꾸며 호응을 받았다. 다음악단은 전주시가 추진하는 국악 교가(校歌) 음원 제작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가를 국악관현악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창단연주회에는 강 감독이 작곡한 생황 협주곡 ‘아리랑’과 대금 협주곡 ‘청’ 등 모두 5곡이 무대에 오른다. 그가 10여 년간 작곡한 400여 작품 가운데 악단의 개성과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다. 특히 중국의 유명 생황 연주자인 곽량(Guo Liang) 청도해양대 음악학과 교수와 협연하는 ‘아리랑’은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의 국악관현악단 가운데 생황 파트가 있는 악단은 다음악단이 유일하다. 강 감독은 “유명세를 타려고 조바심내기보다 진솔한 음악을 들려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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