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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주름살 덕분에 왕관 쓰게 됐나 봐요”

중앙일보 2016.11.18 01:02 종합 23면 지면보기
미즈실버코리아 대상 이채현씨

“자연스런 주름이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느낌을 줬나봐요. 워낙 겁이 많아서 시술을 못 받았는데, 그 덕을 본 것 같아요. 하하.”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미즈실버코리아’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채현(55·사진)씨는 수상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숫기없는 성격이라 망설임 끝에 도전했던 이번 무대가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한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다고 했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미즈실버코리아 대회는 사단법인 세종문화원과 서울공연예술센터가 공동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50세 이상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몸과 맘이 건강하게 나이를 먹는 ‘웰 에이징(Well-aging)’을 평가한다. 올해는 300여 명이 지원해 이 중 39명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50세 이상 여성들 ‘웰 에이징’ 겨뤄
적게 먹고 텃밭 가꾸며 건강 지켜


이씨는 167㎝의 큰 키로 젊을 때 “미스코리아 나가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자신의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스물 여섯에 결혼해 아들과 딸을 키우며, 틈틈이 요양병원 등에서 일을 했다. 이번 대회 참가는 친정 오빠의 권유였다. “몇 년 전부터 관절이 안 좋아져 일을 모두 그만두고 걷기 운동을 시작했어요. 오빠가 이 대회를 알고 워킹 연습이 건강에도 좋으니 한번 나가보라 하더라구요.”

4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워킹 연습을 했고, 대회 전 한 달은 본선 진출자들끼리 일주일에 서너 번 모여 무대를 준비했다. “80세 참가자도 있었는데, 너무 아름답고 발랄하시더라구요. 전업주부들이 많았는데 서로 경쟁한다는 생각도 없이 드레스 입은 사진 찍어주며 소녀때로 돌아간 듯 깔깔거렸어요.”

한복 심사, 장기자랑 등 다양한 무대가 있었지만, 돌발 질문 심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는데, ‘제 삶의 스승이자 좋은 친구인 문학과 예술’이라고 답했어요. 예상 외의 답변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걷기를 시작한 후 51~52㎏의 체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이씨는 “소식(小食), 가능하면 채소는 뿌리째, 생선은 통째로 원형을 살려 먹는것, 그리고 아침마다 텃밭에서 2시간씩 하는 농사일”을 건강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기회가 되면 모델이나 방송 일도 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삶에 지쳐 있는 내 또래 주부들에게 기운을 불어넣는 활동을 하고 싶다”며 “100세 시대인만큼, 더 많은 중년 여성들이 ‘나’를 포기하지 말고 새 인생을 여는 도전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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