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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직격 인터뷰] 대북 선제공격과 붕괴 유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일보 2016.11.18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제네바에서 북한과 ‘트랙 2’ 접촉한 ‘38노스’ 책임자 조엘 위트
내년에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파악하기 위한 북한의 물밑 탐색이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17~1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민간 전문가들과 ‘트랙 2’(민간 분야) 접촉을 할 것으로 보도됐다. 북한 측 대표는 대미정책의 실무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 최 국장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등을 일러주는 한편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미국 측 인물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North)’의 운영책임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연구원이다. 제네바에 가기 직전 한국에 잠깐 들른 위트 연구원을 15일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의 진단과 처방을 들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나 붕괴 유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화와 협상 같은 외교적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운영책임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15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 및 협상과 같은 외교적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북한 문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운영책임자인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15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 및 협상과 같은 외교적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트럼프 취임 후 한·미 동맹은 어떻게 될까.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인이 보기에도 불확실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많은 전문가가 트럼프의 정확한 한반도 정책을 이해하려 하지만 그가 여러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통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우선 동맹을 통한 안보 유지가 수십 년 된 미국의 기본적인 안보 전략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새 대통령이 이를 바꾸려 해도 몹시 어려울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후에는 미국 내부의 격심한 반발로 철회해야 했다. 두 번째는 트럼프의 생각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가 내세웠던 공약이나 그간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그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끝으로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동맹 관계의 경제적 측면이라는 점이다. 유럽과는 달리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겠다고 나서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왜 유럽은 아시아와 다른가.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의 동맹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부담만을 지고 있다. 게다가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트럼프는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외교 방향, 인사 보면 알아
제재 앞서 북한과의 대화 바람직
북 붕괴 전략은 중국 탓에 불가능
선제공격 시 전 동북아 전쟁터 돼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언제 알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인사로 외교 관련 핵심 보직에 누가 임명되느냐다. 이를 보면 트럼프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은.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대부분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다. 현재 양국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제제재로 압박하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두 나라는 중국의 기업 및 금융기관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가하려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의도대로 중국이 움직이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에 자국의 이익은 무시하고 우리를 지원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래서는 한반도 상황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과 미국을 도울 리 없다.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중국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한국에 보복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결과적으로 북한이 덕을 볼 수밖에 없다. 둘러서 얘기했지만 이는 지금까지의 대북 전략이 잘못됐다는 의미다.”
 
그럼 무슨 대안이 있나.
“제재에 앞서 북한에 다가가 외교적 해결 방법이 없는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대화와 같은 외교적 방법을 통해 북핵 동결 및 포기를 유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확실히 통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선택은 될 수 있다. 많은 사례에서, 특히 미국의 외교정책에서는 이처럼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미국 강경파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내부적 붕괴론’은 어떤가.
“이들의 주장은 북한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 아예 무너뜨리자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강경책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은 이 모든 과정에서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중국이 여기에 반대한다면 어쩔 것인가. 내부 붕괴 전략은 중국의 전폭적인 협력을 전제로 한다. 만약 시진핑 정권이 말을 듣지 않으면 중국도 강력하게 압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다고 될 리가 없다. 나는 이런 생각을 ‘마술 같은 사고’라 부르고 싶다. 이렇게 풀리길 희망할 수는 있겠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선제공격은 효과적 북핵 해결 방식이 될까.
“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나는 과거 선제공격 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던 1990년대 미국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준비했었다. 당시에는 실제 공격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무엇보다 그때에는 북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점을 미국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북한은 단지 원자로 내 핵연료봉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을 뿐이다. 반면 현재의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어디에 보관 중인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 따라서 지금 선제공격을 감행할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장 등을 파괴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이 ICBM 실험을 감행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그 후를 상상해 보라. 북한이 당장 보복에 나설 거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 반응할지는 불확실하나 남한과 일본에 대한 맹공에 나설 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럴 경우 한·일 두 나라도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중국도 자동 개입하게 된다. 동북아 전체가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결코 원하는 바가 아니다.”

정확한 북한 정보, 특히 북핵 관련 분석으로 정평이 난 38노스는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대학(SAIS) 산하 한미연구소의 프로젝트 이름이다. 전직 정보부 요원, 관련 학자, 탈북자 등 각종 전문가들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정확한 북한 관련 분석 자료를 생산해 공개하는 게 38노스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38노스는 별도의 북한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38노스는 특히 위성사진을 판독해 북한 핵·미사일 실험의 임박 여부 등을 판단한 뒤 이를 웹사이트에 올려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020년까지 북한이 20~100개의 핵폭탄을 만들 거라고 예측했는데.
“지난해 우리 연구소에서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북한의 핵 능력을 분석하도록 한 적이 있다. ‘북핵의 미래’란 이름의 연구 프로젝트였는데 저명한 과학자가 핵무기 개발에 투입된 원료, 자원 및 관련 시설 규모 등 각종 과학적 데이터를 종합해 연구했다. 그랬더니 개발계획이 기대보다 잘 안 되더라도 최소 20개,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100개를 만들 것으로 추산됐다. 특별히 잘되지도, 망하지도 않고 현 추세대로라면 50개 정도가 될 걸로 본다.”
현재 북한이 보유 중인 핵무기는 몇 개 정도인가.
“최소한 20개 이상은 될 걸로 본다.”
핵무기를 그렇게 많이 보유하려는 까닭은.
“핵무기가 4~5개 정도 있는 것과 20개 이상 보유하는 것은 근본적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핵무기가 많으면 확실한 보복이 가능해진다. 확증보복(Assured Retaliation)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어떤 상대도 쉽게 선제공격을 하기 힘들다. 북한은 이미 확증보복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핵무기가 많으면 재래식무기 차원에서 상대에게 밀려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인도와 적대 관계인 파키스탄이 핵을 다량으로 보유하려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도 같은 논리로 핵무기를 더 많이 가지려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핵보유국은 어느 수준에 이르면 ‘이제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추가 생산을 하지 않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언제 핵 개발을 중단할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의 핵무장을 어떻게 보나.
“한국인들의 정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한국이 불이익을 감수하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핵무장이 어떤 정치경제적 파장을 부를지 생각해 봤는가. 미국은 분명히 한반도에서 철수하려 할 것이고 북한은 더 호전적이 될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은 자연히 재래식무기에도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거라는 얘기다.”
필요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또는 규모 축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북한이 대화를 전제로 요구한다면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주장은 나만 한 게 아니다. 미국외교협회(CFR) 보고서도 이 같은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일부 군사훈련은 안 해도 한·미 방위력을 결정적으로 훼손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멈추게 하기 위해 한번쯤 해보자는 것이다. 이후 북한이 외교적 노력에 협조할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한반도 문제를 다루게 된 계기는.
“90년대 국무부에서 일할 때 이 문제를 담당하게 된 게 시작이었다. 그 이전에는 소련 문제를 다뤘는데 동구권이 붕괴하면서 북한 쪽으로 옮겼다.”
위성사진 판독의 반향이 크다.
“일반인은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이 상업 위성의 사진을 판독하면 현장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위성사진을 통한 핵실험 관련 분석은 미 정부가 오랫동안 해오던 일이다. 현재 우리 연구소에는 정부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4명의 판독 전문가가 있다. 실수하기 쉬워 전문가를 채용해야 한다.”
어떻게 판단하는가.
“해당 지역 내 트럭, 박스, 흙더미 등등의 움직임과 변화를 관찰해 핵실험 여부를 파악하게 된다. 핵실험이 가까워지면 이들의 움직임이 확실히 달라진다. 다만 정부 당국은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정보를 토대로 판단해 우리보다 더 정확하다. 특히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찍은 위성사진을 활용하지만 우리는 많아야 일주일에 두세 번 찍은 사진에만 의존하고 있다. 미 정부보다 더 정확한 분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핵실험장의 경우 정확한 준비 내용을 알아내기는 더욱 어렵다. 대부분의 활동이 지하 터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은폐하려 하지 않나.
“북한은 핵실험 여부를 숨기기 위해 위성이 해당 지역을 언제 통과하는지 파악한 뒤 촬영 때가 되면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것 같다. 과거 소련의 핵실험도 똑같은 위성사진을 통해 분석했었는데 이들은 전혀 숨기지 않았다. 이 덕에 미 정보 당국은 언제 핵실험이 실시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반면 북한은 일체의 활동을 숨기려 해 알아내기 힘들다.”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하며 13~14번쯤 가본 적이 있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으로 보나.
“전혀 그렇지 않다. 북한은 현재보다 훨씬 상황이 열악했던 80, 90년대를 견뎌왔다. 몇 주 전 평양을 다녀온 한 지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북한 내 각종 활동이 활발하다’고 전해줬다. 중국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경제제재가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벌써 수십 년간 진행돼 오지 않았는가. 북한에는 경제제재를 견디는 노하우가 있는 것 같다.”
조엘 위트는
미국 국무부 북한 담당관 출신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1990년대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국무부 북핵 특사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차관보의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다. 이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인 그는 현재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38노스’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미 버크넬대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남정호 논설위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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