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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교복부대만도 못한 야당 대변인의 질문법

중앙일보 2016.11.18 01:00 종합 30면 지면보기
서승욱 정치부 차장

서승욱
정치부 차장

“왜 부끄러움은 야당 기자들의 몫이어야 하나.”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긴급 현안 질문이 끝날 무렵 야당을 담당하는 본지 후배 기자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이런 글이 여럿 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야당 의원의 질문 장면을 지켜본 타 언론사 선후배들이 “창피하고 부끄럽다”며 앞다퉈 올린 글이라고 한다. 새누리당 팀장인 필자의 카카오톡 대화창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제 문을 닫아야 하지만, 만약 야당이 집권하면 저런 분들이 국정의 핵심을 떠맡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오싹하다”는 지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일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민주당 원내대변인 이재정 의원의 질문은 질문이라기 보다 18분짜리 질문 쇼나 퍼포먼스처럼 느껴졌다. 국무위원석을 향해 ‘간신 부역자’라는 말을 쏟아낼 때부터 질문의 수준은 이미 예고된 셈이었다. 그는 “관료에게 갑질을 하기 위해 나와 있는 게 아니다”면서도 “나 국회의원 이재정은 국민입니다. (질문이) 언짢더라도 다른 곳에 가서 해소하시라. 오늘 저녁 친구 만나 소주 한잔 하시라”고 황교안 총리를 쏘아붙였다. ‘오방끈’을 황 총리 앞에 내동댕이치듯 전달하고 나서 “뱀을 드는 것보다 소름 끼친다”며 10초간 말없이 눈싸움을 벌이고, 마치 거울을 보며 연기하듯 도도한 표정을 짓는 대목은 이날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였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7개월 된 비례대표 초선의원의 의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정동영·박영선·안민석·노회찬 의원처럼 기라성 같은 선배들 틈에서 ‘한 건’ 하고 싶은 욕심도 이해가 된다. 또 뻣뻣한 태도의 황 총리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런 맥락 없이 튀는 행동이 자신과 자신의 당에 부메랑으로, 자충수로 돌아온다는 게 문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11시간30분 만에 영수회담 제안을 번복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로기 상태에 몰렸던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전열을 정비하고 ‘지지층 결집’ 운운하며 반전을 시도하게끔 빌미를 제공한 건 야당의 헛발질이었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지만 야당 지지율이 그만큼 오르지 않는 건 “과연 야당에 제대로 된 이성과 실력이 있느냐”는 국민들의 의구심 때문이다.

지난 12일 촛불집회엔 중고생 ‘교복부대’가 대거 등장했다. 질서정연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의젓한 태도가 화제를 모았다. 자신들을 막아서는 경찰들에게 음료수를 선물하는 따뜻한 마음과 아량도 보여줬다. JTBC ‘썰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방송 파트너인 전원책 변호사는 “전에는 좋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하더니 요즘은 나쁜 말도 품위있게 하신다”고 늘 치켜세운다. 집권을 위해 ‘싸가지 없는 진보’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할 민주당의 대변인이라면 교복부대나 유시민 전 장관에게 먼저 한 수 배워야겠다.

서 승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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