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짜 한우, 등급 위조…DNA 검사로 싹 잡아내

중앙일보 2016.11.18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올 8월 ‘무한 리필’로 한우를 판매한다는 음식점이 정부 합동 단속에 적발됐다. 값비싼 한우를 일정액만 내면 양껏 먹을 수 있다며 고객을 끌어왔는데 거짓이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진행한 유전자(DNA) 동일성 검사로 들통난 쇠고기 원산지는 한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김기범 축평원 유전자분석팀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범인을 찾을 때와 동등한 DNA 분석 장비·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며 “사람 대상 수사 과정에서 DNA가 일치하면 범인이겠지만 축산물 검사에선 불일치할 때 처벌을 받는다는 정도만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돼지고기에도 적용

17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축산물 DNA 동일성 검사 건수가 지난해 4만2608건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71.6% 급증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조사 범위가 쇠고기에서 돼지고기로 확대됐고 축산물 이력제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축평원은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귀에 부착되는 ‘귀표’를 통해 이력을 관리한다. 출생 농장, 혈통, 접종 이력, 주인은 물론 이동 지역까지 추적이 가능하다. 도축, 등급 판정 단계에서 시료를 떼어내 축평원 내에서 건조·보관한다. 국내 도축장을 거치는 소는 한 마리도 빠지지 않고 거치는 과정이다. 세종시에 위치한 축평원 건물 안엔 최근 4년치, 소 400만 마리분에 해당하는 시료가 보관돼 있다. ‘무한 리필’ 쇠고기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던 건 이 시료 덕분이다. DNA를 추출·분석해 축평원이 보관 중인 국내산 쇠고기 시료 정보와 비교했더니 어느 것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산과 유전자 유형이 맞았다.

김기범 팀장은 “도축 과정에서 쇠고기 품질에 손상이 가지 않을 만큼 새끼손톱 크기, 0.5~1g의 시료를 채취하지만 분석 기술이 발달해 최대 1000번까지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DNA 동일성 검사 기술은 축산물 이력제와 맞물려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판매대와 포장지에 붙어있는 이력정보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3등급 소를 1등급이라고 속여 파는 일은 DNA 검사로 손쉽게 적발할 수 있다. 도축·판매가 금지된 병든 소를 불법 유통하는 범죄도 마찬가지다. 축평원은 지방자치단체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의뢰를 받아 하루 평균 200~250건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축산물 이력제 전용 스마트폰 앱, 인터넷 사이트(aunit.mtrace.go.kr)를 통해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 판매 표지판이나 포장지 라벨에 표기돼 있는 이력번호(또는 개체식별번호, 수입산은 수입유통식별번호) 12자리를 정보조회 칸에 쳐넣으면 출생지부터 등급까지 나온다. 라벨에 표기된 등급·원산지와 이력정보 사이트 내용이 다르면 신고 대상이다.

신성섭 축평원 유전자분석팀 과장은 “ ‘대한민국 정부 3.0 사업’의 일환으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15개 국내 연구·감식기관이 참여하는 ‘한국 법생물 연구회’를 통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DNA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