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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공항서 핸들 잡고, 낯선 땅 구석구석

[커버스토리] 공항서 핸들 잡고, 낯선 땅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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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터카 해외여행
 
해외에서도 렌터카 여행을 즐기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근사한 풍광을 만나면 멈춰서고, 예쁜 카페가 나오면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누린다. 사진은 캐나다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사진 캐나다관광청]

해외에서도 렌터카 여행을 즐기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근사한 풍광을 만나면 멈춰서고, 예쁜 카페가 나오면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누린다. 사진은 캐나다 로키산맥을 관통하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사진 캐나다관광청]


“직접 차를 몰고 다니니 짐 걱정 안 해도 되고 가족 컨디션에 따라 일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낯선 곳에서도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요. 예상보다 여행 경비가 적게 들어 뿌듯했습니다.”

직장인 정현(43)씨는 지난 여름휴가로 일본 규슈(九州)를 다녀왔다. 지난해에는 부모·아이와 함께 3대가 오키나와(沖繩) 여행을 했다. 두 번 다 렌터카를 이용했다. 항공권·숙소·렌터카 모두 직접 예약하는 준비과정이 번거로웠지만 가족만의 오붓한 추억은 남길 수 있었다.

해외여행도 렌터카 전성시대다. 한국도로교통공단과 경찰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건수가 지난 2010년 28만 건에서 2015년 55만 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한국에 사무소를 둔 허츠·알라모 렌터카도 지난 5년간 매해 예약이 20%씩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렌터카 여행의 매력은 다양하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면 여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 가이드북에도 안 나오는 일본의 외진 시골 마을, 프랑스의 작은 식당도 만날 수 있다.

더욱이 렌터카는 저렴하다. 예를 들어보자. 어른 4명이 독일·프랑스·스위스를 1주일간 여행할 경우, 유레일 셀렉트패스 1등석 5일권을 사면 4명에 1516유로(약 192만원. 어른 1명 379유로)가 든다. 반면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소형차(폭스바겐 폴로)를 7일간 빌리는 비용은 32만원(수동 최저가 기준, 자동은 50만원)이다. 통행료·기름값 다 더해도 렌터카 여행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동행이 많을수록 1인 부담액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아낀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숙소에서 잔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한국인 렌터카 여행객은 패키지 여행객보다 식사·숙소 비용을 50% 더 지출한다.

해외 렌터카 여행이 유행하게 된 데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 약 10년 전부터 여행사를 통해 배낭여행·패키지여행을 하던 여행객이 인터넷을 통해 항공과 숙소를 직접 예약했다. 아울러 개별자유여행을 즐기는 여행문화도 널리 퍼졌다. 그러나 교통수단은 기차·버스 등 대중교통에 집중돼 있었다. 이 교통 문제를 기술의 발전이 해결했다. 내비게이션 성능이 좋아지고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외국에서도 한국어 안내를 받으며 어디든 찾아갈 수 있게 됐다. 허츠 렌터카 한국사무소 최준혁 이사는 “렌터카 여행객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힘든 지방 펜션과 맛집을 찾아다닌다”며 “렌터카 여행이야말로 가장 진화한 개별자유여행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에서는 허니문·가족여행객 대부분이 렌터카 여행을 즐긴다. [사진 하와이관광청]

하와이에서는 허니문·가족여행객 대부분이 렌터카 여행을 즐긴다. [사진 하와이관광청]


현재 해외 렌터카 여행지로 가장 인기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하나투어는 올해 하와이와 미국 본토 렌터카 예약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소개했다. 하와이·괌·사이판은 여행객 대부분이 차를 빌린다. 특히 괌·사이판은 제주도보다 운전하기 쉽다고 한다. 섬이 작은 데다 방문지가 리조트와 아울렛 몰, 몇몇 관광지로 한정돼 있어 운전하기에 부담도 없다. 미국 본토에서는 샌프란시스코·라스베이거스 등 대도시에서 차를 빌려 대자연을 즐기는 ‘로드 트립(Road trip)’을 떠나기도 한다.

일본 렌터카 시장도 눈에 띄게 커졌다. 특히 지난 5년 사이 규슈·오키나와를 운행하는 저비용항공사가 2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두 지역에서 렌터카 여행을 즐기는 한국인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 도요타 렌터카 예약 전문 여행사인 제이여행은 올해 예약이 5만 건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는 약 3만2000건이었다. 제이여행 김대화 사장은 “일본은 주행 방향이 반대여서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응만 하면 어렵지 않다”며 “일본의 교통 인프라와 운전 문화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안전 사고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기차 여행이 정답’이라는 오랜 전통도 깨지고 있다. 잇따른 테러 발생으로 유럽 여행객 자체는 줄었지만 렌터카 예약만큼은 꾸준한 증가세다. 유럽 전문 여행사 샬레트래블 강승희 이사는 “로마·파리·런던 같은 대도시 체류형 여행자가 아니면 하루라도 운전을 하고 싶다는 여행자가 많다”며 “배낭여행 경험이 있고 영어를 할 줄 아는 30~40대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이탈리아 등 전통의 여행지뿐 아니라 최근에는 예능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크로아티아·스페인 등도 자동차 여행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렌터카 여행이 매력적이라는 건 알지만 사고 위험이나 영어에 대한 부담 등으로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유럽 자동차 여행』의 저자 이화득씨(61)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구글 맵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유럽의 어떤 도시도 서울만큼 복잡하진 않거든요. 렌터카 여행을 못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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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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