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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남편 조언 무시해 졌다”…클린턴 전 대통령 측근 발언 파문

중앙일보 2016.11.16 21:18
빌 클린턴(70)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 종반 부인 힐러리(69)와 심각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재수사 선언 직후 힐러리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조언을 완전히 무시하자 그는 고성을 지르며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의 한 최측근이 “힐러리와 빌이 제임스 코미 FBI국장의 재수사하기로 밝힌 후 서로 고성을 지르며 전화통화를 했을 당시 빌과 아칸소주 리틀록에 함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측근은 “빌은 FBI 결정으로 힐러리의 득표율이 깎일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존 포데스타 선거대책본부장과 힐러리가 경제 문제에 소홀한 채 노동자 계층의 영향력을 경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불만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재선 대통령’ 빌 클린턴 입장에선 도시 엘리트, 지식인 등 상류층에 의존하는 힐러리의 선거 전략이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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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힐러리와 대화하는 동안 빌의 얼굴이 너무 빨개져 심장 발작이 걱정될 정도였다”며 “결국 빌은 분노를 참지 못해 휴대폰을 아칸소 강을 향해 집어던지기까지 했다”며 격앙된 당시 분위기를 묘사했다.

메일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선거 캠프에 세계화와 기술 발전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계층과 연대를 강화해야한다고 반복적으로 건의해왔다. 실제로 클린턴은 1992년 지지율 90%를 기록했던 현직 대통령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를 상대로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 구호 하나만으로 대역전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4년 뒤 96년 대선에서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균형예산 달성, 성장률 등 경제지표를 앞세워 당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밥 돌 전 상원의원에게 8%포인트 차로 낙승했다. 특히 96년 선거는 2년 전 힐러리가 총책임자 역할을 맡아 야심차게 밀어붙인 '전 국민 의료보험' 정책의 역효과로 공화당에 상·하원 과반수를 모두 빼앗긴 상황에서 이뤄낸 역전승이었다.

이 측근은 “트럼프의 약점을 계속 공격하는 일은 힐러리 캠프 직원들과 언론을 행복하게 만들었을지 모르나 정작 유권자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유권자들에게 먹힐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이 ‘가장’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같은 남성으로 유세를 펼쳤다면, 힐러리는 백인 노동자들의 삶을 어떻게 더 낫게 하겠다는 대안 없이 그저 적(트럼프)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인상만 줬다는 의미다.

선거 막판 힐러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조언을 ‘시대착오적’으로 평가해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은 “빌은 선거기간 내내 힐러리 참모들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다는 점에 가장 분노했다”며 “빌보다 더 선거를 잘 아는 정치인이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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