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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안철수가 제시한 로드맵 도출에 힘 모아야

중앙일보 2016.11.16 19:58 종합 34면 지면보기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주요 대선주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현 시국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선언→여야 합의로 대통령 권한대행 선출→박 대통령의 퇴진 및 내년 상반기 중 새 정권 출범이라는 3단계 수습방안이다.

국민의 마음에서 지워진 박 대통령이 헛된 권력에 집착하며 버티는 가운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만 거듭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최순실 정국’이 3주를 넘기도록 침묵만 지키다가 그저께 돌연 “범국민적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게 전부다. 참다 못한 정계 원로들은 대통령이 책임총리에게 권력을 이양한 뒤 대선을 앞당겨 실시하는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해 왔다.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다. 안 전 대표는 이런 ‘질서 있는 퇴진’의 구체적 로드맵을 대선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제시한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반년(내년 6월) 안에 신정권을 수립해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시위장에 나가 ‘대통령 하야’를 외치긴 쉽다. 그러나 대선에 도전하려는 정치인이라면 듣도 보도 못한 헌정 문란과 국정 농단의 주역인 박 대통령이 물러난 뒤 차기 대선까지 나라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임총리를 누구로 할지부터 고민하고, 다른 대선주자들과 머리를 맞대 최선의 대안을 끌어내야 한다. 한데 문 전 대표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는 “지역·시민단체까지 망라된 비상기구를 통해 대통령 퇴진운동을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이런 잘못된 판단에 많은 사람이 실망과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3차례 촛불시위에서 이념·세대·지역을 초월해 하나로 뭉쳤기에 활화산 같은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언급한 사람들이 끼어들면 그 순수성이 희석돼 안하무인 격으로 버티는 박 대통령에게 반전의 빌미를 줄 우려가 크다. 문 전 대표는 즉각 안 전 대표의 제안에 호응해 거국내각 로드맵 도출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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