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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순실에 발 묶인 채 트럼플레이션 맞는 한국경제

중앙일보 2016.11.16 18:58 종합 34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채 금리가 치솟고(채권값 하락) 미국 달러화 가치는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원자재값도 동반 상승 중이다. 국제 경제의 기조가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바뀔 조짐이 엿보인다. 모두 한국 경제엔 달갑잖은 흐름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중 최고인 연 2.2614%로 마감했다. 대선 당일과 비교해 약 0.4%포인트 상승했고, 10월 초보다는 0.7%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30년물 금리는 3%를 돌파했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값이 뛰면서 위안화 가치는 8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철광석과 구리값은 일주일 새 각각 23%, 8% 치솟았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세계 경제 회복이 아니라 트럼프 당선의 파장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힘을 쏟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중단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기를 공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리 인상과 1조 달러(약 117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천명해 자국 우선주의를 뚜렷이 하고 있다. 세계 경제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무역 보복이 잦아지고 국제 교역이 위축될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금리도 이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연초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5%로 높아졌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위태로워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애먼 한국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위기를 헤쳐나갈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가 2주째 어정쩡한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공존하고 있다. 대통령 하야나 탄핵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며 경제사령탑을 세우는 일은 뒷전으로 한참 밀려 있다. 최순실 사태에 발 묶인 채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을 맞는 한국 경제의 앞날이 어둡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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