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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16.11.16 17: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 작업이 혼란에 빠졌다. 요직에 거론되던 후보자들이 물러나는가 하면, 주요 공화당 인사들은 입각을 고사하며 인수위 활동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인수위의 불협화음에 대해 “트럼프가 정권 인수를 망치고 있다” “칼부림(knife fight)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부자의 말을 인용했다.

파열은 지난주 인수위원장 교체에서 시작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인수위원장이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부위원장으로 강등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새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어 15일엔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이 인수위 활동에서 빠지겠다고 돌연 발표했다.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낸 그는 선거 전부터 인수 작업의 기초를 다졌으며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성명을 통해 “업무에서 손을 떼고 기꺼이 새 팀에 넘기겠다. 트럼프 정부에서 필요하다면 조언과 자문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파벌 갈등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NBC방송은 크리스티 주지사와 가까운 인사들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그가 희생자가 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로저스 전 의원 측근의 말을 빌려 ‘스탈린식 축출’이라는 표현도 썼다. 워싱턴포스트(WP)도 “로저스는 크리스티 주지사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난 최소 4번째 인수위 인사”라고 보도했다.

NBC는 크리스티 주지사의 충성심이 부족한 탓에 밀렸다는 관계자들의 분석과 함께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의 악연이 영향을 미쳤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2005년 크리스티 주지사가 연방검사일 때 쿠슈너의 아버지를 탈세 혐의로 기소해 2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게 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쿠슈너는 선거 때부터 트럼프 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15일 NBC에 따르면 트럼프는 국가 기밀 정보를 전달받는 ‘대통령 일일 브리핑’을 쿠슈너도 듣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내홍은 이뿐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수위의 국방·외교정책 담당 2인자였던 매튜 프리드먼도 인수위에서 해고됐다고 전했다. 미 정부와의 비즈니스를 원하는 외국 기업에 자문하는 일을 해 온 그는 대선 직후 트럼프와 각국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인수위는 인재 영입에도 애를 먹고 있다. 보건부 장관 물망에 오른 벤 카슨은 15일 의회전문지 더힐에 “관심없다”고 밝혔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그는 경선에서 트럼프에 패배한 뒤트럼프 지지로 돌아서 흑인 표를 얻는데 기여했다.

공화당에선 아예 트럼프와 가까이하지 말라는 경고도 나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고문을 지낸 엘리엇 코헨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15일 트위터에 “트럼프 인수위와 의견 교환을 해보고 나서 내 권고를 철회한다. 그들은 거만하고 화를 내면서 ‘당신들은 패배했다’고 소리쳤다. 추해질 것이다”라고 썼다. 선거운동 중 트럼프를 비난했던 코헨 교수는 지난주 “군사·정보 당국자들은 책무를 계속해야 한다”며 트럼프에 반대했던 공화당원들에게 새 행정부에서 직책을 맡을 것을 권했지만 1주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인수위가 삐걱거리며 정권 인수 작업은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NYT는 “펜스 위원장이 인수인계 양해각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과 트럼프 인수위 측이 인수인계 중 습득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절차로 법적인 의무사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정권 인수에 참여할 인사의 명단이 지금 백악관에 제공돼야만 한다”는 브랜디 호핀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했다. 이 같은 절차가 마무리돼야 오바마 행정부가 인수위를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고, 다양한 연방기관에서 인수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15일 펜스를 만나 내각 및 백악관 인선 회의를 열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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