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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발란스가 '미국 백인들의 공식 운동화'가 된 사연

중앙일보 2016.11.16 16:53

불태우기 직전 뉴발란스 운동화[사진 인스타그램]

뉴발란스 운동화가 미국에서 ‘백인들의 공식 운동화’로 명명되는가 하면 한쪽에선 이를 불태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생긴 일이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백인 우월주의자 앤드류 앵글린은 자신의 웹사이트 데일리 스토머에 “뉴발란스 운동화를 백인들의 공식 운동화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원래 나이키 가이(Nike guy)였다. 하지만 뉴발란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트럼프 혁명의 공식 브랜드로 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부터 (뉴발란스는) 우리 유니폼”이라고 썼다. 앵글린은 최근 미국에서 활개치는 극우 인사 중 꽤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앵글린이 말한 뉴발란스의 용기 있는 행동은 매슈 르브레톤 뉴발란스 대외담당 부회장의 친(親) 트럼프 발언을 뜻한다. 르브레톤은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질문에 “그 동안 오바마 정부는 우리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트럼프가 당선되니 모든 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발란스는 미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 5개 공장을 두고 운동화를 만드는 대표적 미국 제조업체다. 해외 공장이 많은 나이키나 다른 신발회사에 비해 TPP로 입게 될 타격이 크다. 르브레톤은 TPP를 반대해온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서 다행이란 취지로 말한 셈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에겐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 됐다. 뉴발란스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븐 잡스가 즐겨 신어 ‘잡스 운동화’로 미국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하루 아침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일부는 뉴발란스를 불태우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또 뉴발란스의 트럼프 지지 입장이 TPP 이슈에 한정된 것임에도 뉴발란스가 ‘무슬림 입국 금지’ ‘불법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주장에 동조하는 기업으로 둔갑했다. 이에 앵글린이 뉴발란스를 ‘백인 공식 운동화’로 선포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뉴발란스는 앵글린의 발표 직후 “뉴발란스는 인종ㆍ성별ㆍ문화 등에 대한 어떤 형태의 편견과 혐오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뉴발란스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타격 받은 1호 기업이 된 가운데 대선 기간 클린턴 편에 섰거나 트럼프를 비판한 음료회사 펩시, 백화점 메이시, 영화사 드림웍스 등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불매운동 대상이 되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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