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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으로 하루 버텼는데…" 최순실 사태에 절망한 고대생의 글

온라인 중앙일보 2016.11.16 16:11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오늘 모든게 와르르 무너졌다. 돈도 실력이라는 여자가 파티를 열고 비싼 음식을 처먹던 순간에도 나는 삼각김밥 하나를 물 두 병과 곁들여 배에서 불리고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무너뜨린 것은 단순한 법치주의 원칙이 아니었다. 노력하면 언젠간 나아진다는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와르르 무너졌다.

16일 고려대학교 대나무 숲에 익명의 제보자가 쓴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의 어린시절 시작된 가난을 소개하며 운을 뗐다.

글쓴이의 아버지는 작은 실수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렇게 그의 가족은 가난의 끝없는 굴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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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는 일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새벽같이 출근해 밤이 저물면 집에 돌아왔다. 일자리를 구했다며 어색하게 웃으시던 어머니는 일을 시작한 후 그 어색한 웃음마저 잃었다.

동생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공부한다고 돈 잘 버는 것도 아니잖아"란 동생의 외침이 가슴에 박혔다. 그는 차마 동생에게 "아니야"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살하고 싶었던 순간도 여러 번이었지만, 언젠가 느낄 행복을 꿈꾸며 글쓴이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취업만 하면 나아질 것이다" "가족들에게 삼겹살 한번 배터지게 대접하자"란 소박한 꿈을 꾸며 악착같이 살았다. 1000원짜리 삼각김밥 하나를 배 속에서 불려 하루를 버틸 때도 '언젠가…'라는 희망이 있었다.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그는 더 이상 희망마저 품기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오늘 모든게 와르르 무너졌다. 사실은 그 전부터 그랬다. 돈도 실력이라는 여자가 태연하게 파티를 열고 비싼 음식을 처먹던 순간에도 나는 삼각김밥 하나를 물 두병과 곁들어 배를 불렸다"고 했다.

또 "누군가가 그 여자를 아직 풍파를 견딜 나이가 아니라고 감싸안아주던 순간 나는 한번 먹고 살아만 보겠다고 미친듯이 허벅지에 피멍을 내가며 밤새 공부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모든 희망은 소멸된다. 타오르는 촛불보다 못한 인생이고 희망이었다"

"삼각김밥을 다 먹고나서야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함께 내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글을 마쳤다.
 

[사진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캡쳐]

[사진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캡쳐]

 김하연 인턴기자 kim.ha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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